다양성 이슈, 기업의 리스크가 된 글로벌 화장품기업 세포라

 세포라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다양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세포라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다양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올해 미국 기업들은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 구글, 골드만삭스 등 최고 다양성 점수를 받은 기업들은 ‘뉴욕 일자리 CEO 협의회’를 구성해 소수인종 1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HP는 2025년까지 여성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임원 수를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성을 주 고객으로 둔 미용 기업들은 다양성 이슈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뷰티 제품 기업 세포라(Sephora)는 400개의 미국 상점에 ‘컬러업 클로즈(Color Up Close). 모두를 위한 파운데이션’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인종 차별 없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제품에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흑인 미국 가수 SZA(aka Solána Imani Rowe)는 캘리포니아 칼라바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인종 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세포라를 고발했다. 고소 사건이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되자 세포라는 1만6000명의 임직원 전원에게 인종 평등에 대한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 상점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포용성에 대한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세포라는 소셜 미디어에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Oscars-So White)을 진행한 에이프릴 레인(April Reign) 활동가를 고문으로 임명했으며, 미국의 흑인인권 단체(NAACP) 등 인종 정의 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세포라의 뷰티 브랜드도 다양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포라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Fenty Beauty’는 모든 피부 타입을 위한 50가지 기초 음영상품을 출시했고, ‘Darden’의 스킨케어 범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고 있다. 세포라가 공급하는 헤어 케어 회사인 'Briogeo'의 설립자이자 CEO인 낸시 트윈(Nancy Twine)은 모든 헤어 타입의 고객들을 위한 제품을 고안했다. 

세포라는 회사 판매상품의 15%를 흑인 소유 기업들이 만든 물건으로 구성하겠다는 '15퍼센트 서약(15 percent pledge)'에 미국 유통 및 패션 부문 기업 최초로 서명했다. 이후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Macy’s)와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가 함께 참여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뷰티 브랜드의 주요 고객이지만, 세포라는 그 동안 백인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2018년 닐슨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흑인 쇼핑객들은 헤어 케어 제품에 총 4억 7300만 달러, 스킨케어에는 4억6500만 달러를 소비했다.

세포라의 스킨케어 및 헤어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인 프리야 벤카테시(Priya Venkatesh)는 “장기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제품 소비자인 Z세대들은 공익과 사회 정의에 대한 자신들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포라가 15% 서약에 서명한 이후, 입점 브랜드에 대한 감사를 했을 때 실상은 3%에 그쳤다"며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포라는 흑인 소유 브랜드 수를 두 배로 늘려 흑인 기업가들의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세포라는 흑인 소유 브랜드 수를 두 배로 늘려 흑인 기업가들의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세포라는 내년까지 흑인 소유 브랜드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할 예정이다. 세포라 부회장이자 글로벌 최고 상품 판매 책임자 아르테미스 패트릭(Artemis Patrick)은 “흑인 기업가와 유명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흑인 창업자들은 판매나 재고 공간 외에도 인맥, 자금, 제품 재고 등 다양한 차원에서 자원이 부족하다. 세포라가 지원하거나 거래를 체결한 여러 소매 기업들도 제품을 판매하기도 전에 파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세포라는 지난 1월 부터 독립 브랜드 기업을 대상으로 6주 간 부트 캠프를 통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흑인 기업가들의 창업과 사업을 돕는 데 집중하도록 개편했으며 8~10명의 흑인 창업자들이 사업을 발전시키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와튼대학교 산티아고 갈리노(Santiago Gallino) 교수는 “소매업체들이 세포라 등 거래처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 제작을 늘리는 것은 공급망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업체 간 개별 계약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품 품질에 대한 특정 요구를 강요당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세포라는 회사 내부의 다양성 과제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세포라 다양성 및 포용 부사장 브루실린 마싱가(Brussillon Matschinga)는 "세포라 직원의 45%는 흑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리더십 레벨에는 아직 6%에 불과하다"며 "고위 경영진 총 8명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아직 없기에 세포라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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