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들의 인종차별 흑역사, 불매운동... 다양성 책임자의 역할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패션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Prada)는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ier, CDO)로 맬리카 사밸(Malika Savell)를 임명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인 다양성 책임자의 역할은 기업 운영에서 인종과 성별(젠더) 등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전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포용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프라다가 이와 같이 다양성 책임자를 영입하게 된 배경은 과거 계속해서 불거져왔던 인종차별 이슈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프라다는 검은 얼굴에 빨간색 입술을 가진 원숭이 모양의 열쇠고리를 출시해 흑인을 희화화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원숭이는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흑인 등의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해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액세서리를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프라다 매장에 진열함에 따라, 보이콧이 전세계로 확산됐다.
더 나아가, 미국 래퍼 티아이(T.I) 등 유명인들은 프라다가 흑인 디자이너를 고용하기 전까지 보이콧을 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했다. 이러한 대대적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프라다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제품을 판매항목에서 제외시켰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다양한 인종의 목소리를 자사와 패션업계 전체에 반영하기위한 목적으로 다양성 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사실, 패션업계의 인종차별은 유명하다. 미의 기준은 백인이라는 역사적 인식과 더불어 오랫동안 패션업계를 백인사회가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종차별 이슈는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 두드러져 왔다.
명품 브랜드인 구찌(Gucci)는 작년, 입 주변을 빨갛게 한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를 출시해, 블랙페이스(Black Face)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블랙페이스란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흉내를 내는 흑인 희화 또는 비하 행위를 뜻한다. 여론의 거센 항의에 따라, 구찌는 해당 제품을 모두 회수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시크교도들이 쓰는 터번과 매우 비슷한 디자인의 모자를 공개해 소수종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구찌는 자신들의 경솔함을 인정 및 사과하고 다양성과 포용성 제고를 위한 책임자를 임명할 뿐만 아니라, 다문화 디자인 장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돌체앤가바나(Domenico Dolce)는 2018년 중국 상하이 패션쇼 홍보용 광고에서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중국인의 모습과 함께 "이 작은 막대기로 우리(이탈리아)의 위대한 전통 피자를 어떻게 먹어야할까요?"라는 문구를 내보내, 중국인을 비하했다는 거센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스타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 공동 창업자가 이 문제로 한 네티즌과 설전은 벌이는 가운데, “중국은 똥 같은 나라”라고 언급해 중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장쯔이 등의 유명 인사들은 돌체앤가바나 보이콧 지지와 더불어 패션쇼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돌체앤가바나의 패션쇼는 이례적으로 취소되었고, 결국 CEO가 중국어로 공식 사과해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중국에서의 판매율이 급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명품 패션계의 인종차별 문제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프라다는 전격적으로 최고 다양성 책임자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임명된 맬리카 사밸은 소니(Sony), NBC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거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서 문화 다양성 및 파트너십 담당자로 다양한 성과를 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맬리카 사밸은 북미지역의 다양성 책임자로 임명되었지만, 그룹 전체의 다양성을 다룰 예정이다. 프라다가 전격적으로 다양성 책임자를 임명함에 따라, 인종차별로 뭇매를 맞아온 패션업계에 다양성이 보다 강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