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티ESG법안의 진원지인 텍사스에서 아메리칸항공 조종사가 자신의 퇴직연금을 ESG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의무를 불충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 지난 21일(현지시각) 승소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이번 소송은 퇴직금 수탁자가 근로자의 금전적 이익을 희생하면서 ESG 투자를 추구함으로써 수탁자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최초의 민간 부문 소송 중 하나다.
관할법원, "ESG에 투자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 기회 놓쳤다"고 판단
아메리칸항공, "ESG투자와 수익 저조에 대한 구체적 연계 사실 없어"
이번 소송에서 피소된 기업은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 Inc.)이고, 소송을 제기한 종업원인 이 항공사의 조종사 브라이언 스펜스(Bryan Spence), 판결을 내린 곳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Fort Worth)의 연방판사 리드 오코너(Reed O'Connor)다.
'펜션&인베스트먼트(Pensions & Investments)'의 보도에 의하면, 오코너 판사는 "원고에 따르면, ESG 중심 투자 관리자가 관리하는 펀드는 예를 들어 ESG 조치에 대한 대리 투표를 하는 투자 관리자로 인해 유사한 상황의 다른 펀드에 비해 지속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밝혔다.
스펜스 조종사는 지난해 6월 아메리칸 항공이 미국에서 퇴직금 관리 방식을 규정하는 직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을 위반했다며 자신의 항공사를 고소했다.
스펜스 조종사는 아메리칸 항공이 ESG 전략을 통해 ‘정치적 의제를 추구’하는 투자 운영사를 참여시키고 주주총회에서 투표함으로써 퇴직자에 대한 성실함을 유지하고 퇴직자의 자산을 신중하게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스펜스 조종사가 퇴직연금 자금의 재정적 성과가 저조했다는 주장을 하지 못했다며 오코너 판사에게 사건을 기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피고측인 아메리칸 항공은 원고가 "투자 자금이 어떻게 저조한 성과를 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어떠한 사실도 주장하지 않으며 ESG 조치에 대한 투자 운용사의 대리 투표와 주장된 저조한 성과를 연결하는 사실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코너 판사는 피고인의 주장을 기각했다. 판사는 "현 단계에서 법원은 원고가 자신의 신중성 위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사실을 제공했다고 판단한다"며, "이 단계에서 원고는 투자 운용사의 ESG 대리 투표 주장과 그 결과 원고가 겪은 재정적 피해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오코너 판사는 원고가 모든 ESG 투자가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원고는 피고가 재정적 이익 극대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ESG 목표를 추구하는 투자 운용사를 선택, 포함, 유지함으로써 신중함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끝으로 오코너 판사는 "ESG 지향 투자 운용사를 선택, 포함 및 유지하는 이러한 특정 조치를 통해 법원은 퇴직연금 자산을 ESG 전략 지원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피고의 프로세스에 결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썼다.
아메리칸 항공 대변인은 판결 결과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담당 판사는 보수 성향의 판사로 알려져
로이터에 의하면,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이 지명한 오코너 판사는 총기, LGBTQ 권리, 의료에 관한 법률과 규정에 도전하는 보수적 소송 당사자들의 손을 자주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메리칸 항공의 조종사에 대한 퇴직연금의 9억 달러(약 12조원)였으며, 전체 퇴직연금 규모는 128억 달러(약 17조원)였다고 한다. 두 연금 모두 이번 판결이 나온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