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영국에서 2009년생부터 담배를 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 1차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담배 판매를 금지해 미래 세대를 비흡연 세대로 만들기 위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국가들도 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산업의 이익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2022년에 유사한 법안을 도입했지만, 시행되기 전인 올해 초에 이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이 법안이 화제가 되면서 다시금 ESG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배 항목을 넣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필립모리스 글로벌 ESG 점수는 85점, 테슬라는 40점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 그룹(Jefferies)의 애널리스트 오웬 베넷(Owen Bennett)은 FT에 담배 회사가 전자 담배, 가열식 담배와 같은 위험 감소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으므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체 니코틴 제품이 공중 보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 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편 비영리 단체 '담배 없는 포트폴리오(Tobacco-Free Portfolios)'의 설립자이자 이사인 브론윈 킹(Bronwyn King)은 대출, 투자, 보험 전반에 걸쳐 담배 부문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지난 2020년 UN의 지지를 얻어 '담배 없는 금융 서약(Tobacco -Free Finance Pledge)'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 서약은 유럽과 호주에서 16조달러(약 2경1840조원) 이상을 관리하는 2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가는 상황은 담배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듯 보이지만 투자의 기반이 되는 ESG 점수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6월, 필립모리스, 엑손모빌은 에너지 전환에 혁신적 기여를 한 테슬라(Tesla)보다 S&P 글로벌 서스테너빌리티 등급을 높게 받았다.
당시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X 를 통해 “ESG는 악마다”라며 담배 회사가 전기자동차 회사보다 ESG 점수를 높게 받는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현재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의 최신 S&P 글로벌 ESG 점수는 85점이며, 테슬라의 점수는 40점이다.
담배 기업의 ESG 점수, 테슬라보다 높아
CNN은 지난 5월, ESG가 금융업계에서 총기 제조업체, 석유 시추업체, 담배 제조업체 등 환경이나 사회적 조화에 해로운 제품이나 관행을 가진 회사를 일반적으로 제거하는 투자 전략에 대한 인기 있는 약칭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ESG 투자에 관해 확고하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기준은 없으며, 그러한 구별은 펀드 매니저의 손에 맡겨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애곤 자산운용(Aegon Asset Management) 영국의 책임투자 책임자인 미란다 비캠(Miranda Beacham)은 “회사가 일부 주식형 펀드로 담배 회사 주식을 아직 보유하고 있으며, 큰 고객들은 담배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이는 담배 기업이 여전히 전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는 다른 자산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담배 기업의 S&P 지수가 높다고 해서 ESG 중점 펀드에 포함시키진 않는다고 전했다. 비캠은 “흡연과 암 사이의 연관성을 과소평가한 이력 때문에 투자자와 신뢰를 쌓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의 포트폴리오에 담배 기업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제니퍼 모틀스(Jennifer Motles)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담배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금융계가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놓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필립모리스는 2008년부터 금연 제품에 125억달러(약 17조625억원)를 투자했으며 건강 제품으로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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