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플러그파워가 그린수소 생산 시설의 확장을 위해 최대 16억6600만 달러(약 2조원)의 대출 보증을 확보했다. 이 기업은 미국 최초의 상업용 그린수소 발전소를 가동했음에도 수소 산업의 캐즘(상용화 전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면서 주가 폭락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플러그파워가 이번 대출 보증을 통한 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된다. 

플러그파워는 SK그룹이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함으로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기업이다. SK그룹은 2021년 이 회상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고 최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씩 공동 투자했다. 플러그파워는 SK E&S와 합작법인 SK플러그하이버스 국내 진출도 모색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기대효과는 아직 낮은 상태다. SK그룹은 주당 29.3달러(약 4만원)에 약 5140만주를 취득했는데, 야후 파이낸스의 지난 14일 기준 3.44달러(약 5000원)로 확인됐다. 

미국에 위치한 플러그파워의 그린수소 플랜트/플러그파워 홈페이지
미국에 위치한 플러그파워의 그린수소 플랜트/플러그파워 홈페이지

 

플러그파워, 6개 청정수소 생산시설 개발…미국 산업 이끈다

플러그파워는 14일(현지 시각) 최대 6개의 친환경 수소 생산 시설을 개발 및 건설하는 데 사용될 대출 자금을 에너지부(DOE)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oan Programs Office, 이하 사무국)으로부터 조건부로 보증받았다. 

플러그파워의 CEO 앤디 마쉬는 이번 대출 보증을 회복의 신호탄이자 미국의 청정 수소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밑거름이 될 거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마쉬는 “그린수소는 미국 산업의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올해 초 플러그파워는 조지아주에서 미국 최초의 상업용 그린수소 발전소를 가동함으로써 기술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하루에 약 25톤의 액체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번 대출 보증은 플러그파워의 친환경 수소 발전소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미국의 청정 수소 산업을 성장시키고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 반응은 냉랭…DOE의 대출조건 못 맞출 수 있어

회사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달리, 투자 부문에서는 플러그파워가 DOE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주식 정보 사이트인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15일(현지 시각) 보증규모가 크고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대출 보증기관인 에너지부가 매우 자금 조달에 엄격한 조건을 부과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킹알파는 플러그파워가 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서 현 정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퍼리스 파이낸셜 그룹(Jefferies Financial Group Inc.)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환경정책법(NEPA) 검토에만 최대 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NEPA는 지난해 4월, 바이든 행정부가 부활시킨 법으로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검토를 요구하는 환경법이다.

시킹알파는 대출 보증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연 기반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이오스 에너지(Eos Energy Enerprises)도 지난 8월 4억 달러(약 5422억원) 규모의 조건부 대출 보증을 DOE에서 받았지만, 아직도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대출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제시됐다. 

 

美시장은 블루수소가 리드…캐즘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

미국의 그린수소 캐즘이 깨지고, 상용화 시장이 열릴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사 우드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저탄소 수소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지원에도 성장이 여전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저탄소 수소 프로젝트의 점유율이 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된다. LNG로 생산하는 블루수소는 저탄소 수소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프로젝트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의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가 미국에서 이행하는 첫 그린수소 프로젝트인 H2OK와 캐나다 비료업체 뉴트리엔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플랜트 건설 계획도 정부 세제 혜택과 수요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FID(최종투자결정)를 연기한 바 있다. 

우드맥킨지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탄소 수소 시장의 성장이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우드맥킨지
우드맥킨지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탄소 수소 시장의 성장이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우드맥킨지

미국 정부는 저탄소 수소시장이 현재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하에 블루수소를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드맥킨지는 저탄소 수소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IRA에 따른 세액 공제 자격의 규정은 블루수소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2032년 말까지 수소의 탄소집약도에 따라 수소 생산자에게 최소 kg당 60센트(800원)에서 최대 3달러(약 4000원)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IRA를 통한 블루수소 프로젝트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탄소집약도 계산법을 변경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의 탄소집약도는 모든 가스 원료의 탄소배출량을 평균을 내는 계산법을 활용해 왔다. 개정법은 천연가스의 공급 원료별로 측정한 탄소집약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낮은 탄소집약도를 달성한 블루수소 프로젝트가 더 많은 세액 공제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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