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제품 수리권(R2R)이 공식적으로 발효됐다./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 X
유럽연합의 제품 수리권(R2R)이 공식적으로 발효됐다./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 X

지난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은 소비자 수리권(R2R)이 공식적으로 발효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EU가 소비자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안에 잠정 합의한 지 5개월만이다. 회원국은 이제 2026년 7월 31일까지 이 지침을 자국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법안은 수리하지 않고 폐기하는 제품들로 인해 유럽연합에서 발생하는 매년 3500만톤의 폐기물과 2억61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EU의 소비자 수리권 지침은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2년 법적 보증 기간 내에 더 쉽고 저렴한 옵션을 통해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2년 보증 기간이 지난 후에도 보증 기간에 관계없이 소비자가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또한 이 지침은 결함이 있는 제품을 판매자에게 교체하는 대신 수리하기로 선택한 경우, 소비자에게 법적 보증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한다.

유럽위원회 법무청장인 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는 "새로운 규칙은 수리를 더 이상 법적 보증 기간 동안에만 가능하도록 하지 않는다. 이는 또한 전체 수리, 재사용, 재제조 생태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리권이 적용되는 제품은 가정용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전자 디스플레이, 진공청소기, 휴대폰과 태블릿, 데이터 서버, 용접 장비 등으로 한정된다.

140개 이상의 조직을 대표하는 무역 협회인 유럽 수리권 연합(Right to Repair Europe Coalition)은 이 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이픽스잇(iFixit)의 수리 정책 엔지니어인 토마스 옵소머(Thomas Opsomer)는 성명를 통해 제한된 범위를 설명하면서 "모든 전기 및 전자 제품에 적용되는 기회를 놓쳤다"라고 말했다. 포함되지 않은 제품에는 주방 가전, 보안 시스템, 헤어드라이어 및 전동 칫솔과 같은 소형 품목 등이 있다. 

유럽수리권리연합의 코디네이터인 크리스티나 가나피니(Cristina Ganapini)는 같은 성명에서 "제한된 범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리 지침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를 긍정적으로 지원

유럽연합의 소비자 수리권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에서 통과된 SB 1596 법안, 이른바 ‘기술 수리 권리법’과 유사하다. 이는 제조사들이 소비자가 수리 비용이 비싼 서비스 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수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품 부품과 수리 매뉴얼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오리건 주는 여기에 부품 페어링을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부품 페어링은 제조사가 부품마다 고유번호를 두고 소프트웨어로 페어링하는 하나의 기기에서만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부품이 고장나면 다른 기기의 부품을 활용해 수리할 수 있는데 부품 페어링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구글(Google)의 기기 및 서비스 팀 운영 책임자인 스티븐 니켈(Steven Nickel)은 “구글이 수년 동안 수리할 권리를 위한 여정을 진행해 왔으며, 회사가 강화 규칙을 적극적으로 취할 뿐만 아니라 구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도록 포지셔닝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속가능성 미디어 그린비즈(Greenbiz)는 지난 4월, 스티븐 니켈이 이메일을 통해 “SB 1596은 구글 내에서 제품과 수리 관행에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수리를 통한 재사용에 중점을 두고 전자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니켈은 "이번 유럽연합의 소비자 수리권에 대해서 구글이 '수리 플랫폼(Platform for Repairs)'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현지 제휴 수리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할지 알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현재 유럽연합과 영국에 있는 수리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 구글과 애플은 독일의 기술 수리 브랜드인 컴스팟(Comspot)과 협업하고 있다. 이것은 두 회사가 새로운 법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을 억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애플의 반응은 부정적

구글이 새로운 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애플은 소비자 수리권에 반대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오리건 주 의원들에게 부품 페어링 사용을 금지하지 말라며 로비한 바 있다.

그러던 지난 6월, 애플은 회사 블로그를 통해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인 애플 수리 자가 진단(Apple Diagnostics for Self Service Repair) 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고객이 애플 기기에서 서비스 문제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앱으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은 또한 지난 6월 기술 수리 전략을 설명하고 "제3자 수리 서비스, 부품,  수리 툴을 사용하기로 선택한 고객을 계속 지원하겠다"라는 약속에 대한 백서를 발표했다.

 

지침의 문제점도 제기돼

업계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의 소비자 수리권을 준수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우, 지침과 그 하위 범주인 에코디자인 규정의 교차 등 법률과 관련 없는 여러 측면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니켈은 "소비자 수리권 지침은 제품 전반에 걸쳐 수평적으로 적용되는 반면, 에코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제품 범주에 따라 매우 수직적으로 적용된다”라고 말했다.

유럽수리권 연합 역시 “지침에 많은 허점이 도입되었다"라며 “생산자가 예비 부품에 대한 적정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제조업체가 부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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