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환 금융의 필요성과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정리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다배출 산업에 약 13조5000억달러(1경800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암모니아 등), 에너지(석유, 가스 등), 운송(항공, 해운, 트럭 운송 등)과 같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어려운 부문에서 발생하는 공정과 에너지 관련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에 약 13조5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 WEF
탄소 다배출 산업에 약 13조5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 WEF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존의 고탄소 배출 산업 시설을 대체하는 것보다 새로운 저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전환 금융은 여전히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의 경우,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산업 플랜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공장 및 물리적 인프라의 개조부터 복잡한 공급망 운영의 변화, 신기술 채택, 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의 부족, 전환 금융에 대한 혼란스러운 정의, 장기구매계약(offtake agreements)의 부족, 정책 불확실성 등이 전환 금융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지속 가능 금융 그룹 창립 이사인 벤 칼데콧(Ben Caldecott)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경제와 산업을 친환경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데콧은 "풍력 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소와 같은 개별 프로젝트의 기후 영향을 평가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핵심은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변화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탈탄소화에 대한 전사적 접근 방식은 부문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배출량 감축부터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비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의 변호사 알렉스 롬보스(Alex Lombos)는 “전환 금융은 매우 복잡하다”며, “기업의 전환 전략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환 금융, “광범위한 프로젝트, 프로세스, 전략을 포함하는 전사적인 탈탄소화에 투자”

전환 금융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EU에서는 2가지 기후 벤치마크가 구체적인 배출량 감축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파리 연계 벤치마크는 파리 협정에 따른 감축을 요구하고, 기후 전환 벤치마크는 초기에 30%, 매년 7%의 감축을 요구한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기후 전환 금융을 기후변화 전략 이행을 지원하는 자금조달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전환 금융 자금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여 저탄소 경제 전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OECD가 발표한 지침 문서는 전환 금융이 “이미 지속 가능한 것에 대한 시점별 평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해지는 역동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 탄소 전환 센터의 전무이사 안드레 아바디(André Abadie)는 전환 금융이 전기 자동차, 재생 에너지와 같은 청정 기술부터 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와 같이 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데 필요한 초기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 개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녹색 금융 프로젝트는 재생 에너지 설치나 친환경 건물 개조와 같은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명확한 초점이 있는 반면, 전환 금융에 투자한다는 것은 기업의 광범위한 프로젝트, 프로세스, 전략을 포함하는 전사적인 탈탄소화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칼데콧은 이를 위해서는 탈탄소화에 대한 기업의 약속,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의 신뢰성,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 위한 거버넌스 및 기타 메커니즘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투자자인 PGGM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라스 다익스트라(Lars Dijkstra)는 “우리는 아직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들을 개선자(improver)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 KPI 달성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한다는 장점 있어

전환 금융이 무엇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린 워싱의 일종인 '전환 워싱'은 현실적 위험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나인티원(Ninety One)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나즈미라 물라(Nazmeera Moola)는 “정립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인티원이 2022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0명의 자산 소유자와 자문가 중 약 절반이 전환 금융을 주요 상업적 기회로 평가했다. 그러나 35%만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전환 금융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채권 상품이 전환 워싱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으로 봤다. FT 모럴 머니 독자 41%는 가장 효과적인 형태의 전환 금융으로 전환 채권, 지속가능 채권, 녹색 채권과 같은 부채 상품을 선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국립대학교(UCD)의 교수 안드레아스 호프너(Andreas Hoepner)는 핵심 성과 지표(KPI)를 통해 EU의 파리 협약 및 기후 전환 벤치마크 표준과 계약을 연계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에 가장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속가능연계채권은 계약상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은 KPI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스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 환경 연구 센터의 기후 및 에너지 팀 공동 책임자인 시버 왕(Seaver Wang)은 "탈탄소화 프로젝트들은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하지만, 낮은 수익률과 높은 리스크 때문에 민간 투자가 어렵다"며 공공 부문 자금이 전환 금융의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채권 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의 최고 경영자인 션 키드니(Sean Kidney)는 "저탄소 투자를 위한 자본 조달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 시장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금융 공학을 활용해 배출 감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접근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공사는 상업적인 조건으로는 시작될 수 없는 투자의 위험-보상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금융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환 계획 중요…기업은 구체적인 탈탄소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트리플 A 전환 계획 프레임워크 / 기후채권 이니셔티브
트리플 A 전환 계획 프레임워크 / 기후채권 이니셔티브

개별 금융 상품 외에도 전환 계획 수립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탈탄소화 로드맵을 작성하고 발표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에 따라 프로세스 자금 조달을 보다 측정과 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옥스퍼드 지속 가능 금융 그룹의 전환 금융 연구 책임자인 기리시 슈리말리(Gireesh Shrimali)는 “전환 계획은 기업의 탈탄소화 목표와 중간 목표부터 투자 계획,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할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명시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채권 이니셔티브는 투자자와 기업에 야망(Ambition), 행동(Action), 책임(Accountability)이라는 '트리플 A 전환 계획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프레임워크는 ▲파리 협약에 따른 목표 ▲확고한 계획 ▲실행 조치 ▲내부 모니터링 ▲외부 보고 등 5가지를 특징을 제시했다.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하는 가운데, 영국은 2022년에 출범한 전환 계획 태스크포스를 통해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을 개발하는 IFRS 재단이 TPT의 공개 프레임워크와 지침을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자체 자금 조달 목표에 포함할 거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와 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고객 전환 계획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 두 가지를 개발하여 기업의 탈탄소화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지속 가능 및 전환 금융 그룹 책임자인 대니얼 한나(Daniel Hanna는 “수십억에서 수조달러에 이르는 전환 자본이 움직이려면 전환 금융 모델이 신뢰할 수 있어야 투자자들이 전환 워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데콧은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 없이는 효과적인 전환 금융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전환 계획은) 이행할 수 있고 적절히 야심 찬 계획이어야 하며, 동시에 책임감 있는 계획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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