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소를 둘러싼 논란 중 하나는 환경운동가들이 제기하는 야생동물 피해 문제다. 풍력 터빈에 부딪혀 죽는 새들, 특히 독수리 같은 대형 조류의 희생이 환경보호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환경 전문 매체 E+E 리더(Environment Leader)는 최근 독수리 충돌 방지를 목표로 한 'DT버드(DTBird)' 기술을 소개하며, 이 기술이 풍력 터빈과 야생 동물의 공존을 도울 수 있는 혁신적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DT버드, 독수리 충돌 최대 40% 감소
미국 캘리포니아주 만사나 풍력 발전소와 워싱턴주 구드노 힐스 풍력 발전소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DT버드는 자동 감지 및 억제 시스템을 통해 독수리 충돌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카메라로 새를 감지하고 오디오 신호를 활용해 위험 구역에서 새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고위험 지역에 진입하는 독수리가 20~30% 감소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높은 독수리에 대해서는 최대 40%의 효과를 보였다. 특히 황금독수리와 같은 종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있어 DT버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T버드 시스템은 풍력 터빈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와 스피커를 사용한다. 카메라가 새나 새와 유사한 물체를 감지하면 경고음을 울려 접근을 막고, 대상이 더 가까워질 경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 충돌을 방지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터빈 주변에서 관찰되는 독수리의 수가 억제 신호가 없을 때와 비교해 24~27% 감소했다.
처음에는 곤충이나 터빈 블레이드 등 불필요한 대상을 감지하는 오류가 있었지만, 2023년 시스템 개선 이후 하루 평균 탐지 오류가 3.9회에서 0.8회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히 80~160m 거리 내 독수리 탐지 정확도가 대폭 향상된 점이 돋보인다.
비용과 효율성… 운영자들의 장기적 이점
DT버드 시스템 도입에는 터빈당 약 1만8000~2만2000달러(한화 약 2520만~3080만원)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며, 설치 및 유지 비용은 별도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야생동물 보호법을 준수하고 법적 책임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장기적으로 풍력 에너지 운영자들에게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DT버드의 성능은 설치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사막 지형에서는 워싱턴의 초원 지형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보였으며, 카메라 해상도와 AI 알고리즘 개선이 향후 성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팀은 DT버드 기술이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와 야생 동물 보호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유망한 도구라고 결론지었다. 풍력 발전소가 지속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DT버드 같은 혁신적 기술의 발전이 환경 보호와 공존의 길을 여는 중요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