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 특사였던 마크 카니(Mark Carney)가 캐나다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고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카니는 집권여당인 자유당(Canada’s Liberal Party)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며 차기 총리직을 맡게 됐다. 글로벌 녹색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지난 1월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출마를 결정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자유당 내 강력한 경쟁자였던 전 재무부 장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Chrystia Freeland)를 포함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85.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데에는 경제 위기 대응 경험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조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 출신 총리… ‘반(反) 트럼프’ 메시지로 대중 지지 확보
카니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하며 금융 시장 안정을 주도했다. 이후 2013년 비(非)영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 총재에 발탁되며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전후의 경제 위기 대응을 총괄했다.
이후 유엔(UN) 기후 특사로 활동하며 탄소중립과 녹색 금융을 적극 추진한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친환경 정책과 경제 성장 전략을 동시에 내세우며 강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며 지지를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무역 조치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4월부터 25% 관세를 부과하며, "이주 감소와 국경을 통한 마약 유입이 줄어들어야만 완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시간, 뉴욕, 미네소타 등 3개 주에 수출하는 전력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카니는 추가 보복 관세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캐나다 근로자와 기업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양국 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협상을 개시할 의향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총리 선출 직후 가진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가정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무역에서도 캐나다는 이길 것"이라며 강한 입장을 밝혔다.
하버드·옥스퍼드 출신, 영국·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역임… 글로벌 금융 리더십 주목
카니는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금융계에서 글로벌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포트 스미스에서 태어나 앨버타주 에드먼튼에서 성장했으며, 교사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근무하며 런던, 도쿄, 뉴욕, 토론토 지사에서 글로벌 금융업을 경험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돼 위기 대응을 총괄했으며, 임기 종료 즈음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발탁됐다.
그는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하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고하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주도하기도 했다. 2020년 퇴임 후 유엔 기후특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금융권의 탄소중립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카니는 또한 자발적 탄소 시장 확장 태스크포스(TSVMC) 창립자이자, 기후 관련 금융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주요 설계자이기도 하다. 마이클 블룸버그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 공동 의장을 맡으며 금융권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다.
카니는 오는 3월 24일 공식 취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2개월 내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유당은 현재 트뤼도 총리 재임 기간 중 하락한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보수당(Conservative Party)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마찰이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CNN은 "카니가 경제 전문가로서 캐나다-미국 간 무역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