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개편을 위한 공식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공시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ESG 전문매체 ‘ESG투데이’는 8일(현지시각) EU 집행위가 발표한 SFDR 개편 배경과 핵심 골자, 문제 인식 등을 보도했다. 이번 개편은 기업 공시 및 금융상품 분류 체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시제도가 오히려 마케팅 도구로 전락”

2021년 도입된 SFDR은 자산운용사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ESG 정보를 투자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규정한 제도다. 지속가능성 리스크 통합, 부정적 영향 파악, ESG 요소 공시 등을 의무화해 민간 자금을 지속가능 투자로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2023년부터 추진한 전면 검토 작업을 통해, 제도 자체에 대한 지지는 높지만 실제 운영과 이행에서는 문제점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다. 집행위는 이번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그간 수렴된 문제의식을 반영할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로는 제도의 ‘법적 불명확성’이 지적됐다. 핵심 개념의 정의가 모호하고, 일부 공시 요건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SFDR이 EU 내 타 지속가능금융 규제들과 정합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도 부족하다는 점이 제기됐다. 

특히 제도 구조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8조의 ‘환경·사회 특성 촉진 상품’과 제9조의 ‘지속가능 목적 상품’은 단순한 공시 의무임에도, 실제 투자자에게는 마치 ‘지속가능성 인증마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그린워싱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SFDR의 제8조와 제9조가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인증마크로 여겨지면서 잘못된 마케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SFDR의 제8조와 제9조가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인증마크로 여겨지면서 잘못된 마케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2025년 말 개정안 예고... 공시 단순화로 방향 선회

EU 집행위는 이에 따라 SFDR 규정의 법적 명확성을 높이고, 기존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공시 제도 간소화 등과의 정합성도 고려해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편 방향은 뚜렷하다. ▲핵심 개념 단순화 ▲공시 항목 간소화 ▲필수정보 중심 정비 등이다.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 중심으로 공시 요구 수준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집행위는 지속가능 관련 금융상품에 대해 ‘유형 분류체계’ 도입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는 지속가능성 목표 기여 상품, 전환 기여형 상품, 일반 ESG 전략 상품 등으로 구분되는 체계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제8조와 제9조 중심의 기존 SFDR 분류체계를 사실상 재정의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업 공시 의무 축소 기조와도 맞물려, ESG 공시와 투자 간의 연결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의견수렴 절차는 오는 2025년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개정된 SFDR은 2025년 4분기 발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