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를 둘러싸고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해당 제도가 “환경 규제를 가장한 보호 무역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와 인도가 CBAM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CBAM이 불공정 무역에 해당된다며 WTO에 공식협의 요청
지난 12일, 러시아는 EU의 CBAM과 EU배출권 거래제도(EU ETS)의 수출보조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협의를 요청했다. 이는 본격적인 제소에 앞서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해 분쟁을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절차다.
러시아 측은 CBAM과 EU배출권거래제도(EU ETS)하의 수출 보조금이 다자무역규범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CBAM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한 무역제한 조치이자 차별적 매커니즘”이라며 “이는 실질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EU의 세수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는 CBAM 인증자격 취득 절차, 배출량 모니터링 및 보고 의무, 제3자 검증 요구 등 복잡한 규제 체계가 수입자와 제3국 생산자에게 과도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CBAM이 관세와 상응하는 수준의 비용을 해외기업에게 부과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무역장벽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CBAM이 ▲GATT 1994 제1조·제2조·제3조·제10조·제11조 ▲수입허가절차에 관한 협정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SCM Agreement) ▲동유럽 5개국의 WTO 가입 의정서 등에 명시된 조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제소의 법적 근거로 삼았다.
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르면, 공식협의 요청일로 부터 60일 이내에 당사국 간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시 WTO 소속 전문가의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인도, CBAM 면제 없으면 EU-인도 무역협상 어려울 것이라 경고
인도 역시 EU의 CBAM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6일 열린 2025 인도 에너지 회담에서 인도의 상공부 장관 피유시 고얄(Piyush Goyal)은 “EU의 CBAM이 적용될 경우, 무역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EU가 CBAM을 강행할 시 EU-인도의 무역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의 재무장관 또한 “CBAM은 식민주의의 반복이며, 개발도상국에게는 녹색전환에 대한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U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인도와의 무역협상을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자국 중소기업에 대한 CBAM면제를 EU무역협상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2025년 12월까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도는 CBAM이 협상 타결에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