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연간 50톤 이하의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전체 수입업체의 약 90%가 CBAM에서 벗어나게 된다.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18일(현지시각) CBAM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간 50톤 미만의 CBAM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는 납부 의무가 면제되며, 전체 수입업체의 약 90%가 이에 해당한다.
면제 대상은 많지만 이들이 수입하는 물량은 전체 탄소배출의 1%에도 못 미친다. 반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 탄소집약 산업 제품의 99%는 여전히 CBAM 적용을 받는다. 대형 수입업체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EU는 “소규모 수입자의 부담은 줄이고, 제도의 환경 효과는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안토니오 데카로(Antonio Decaro) 유럽의회 CBAM 보고관은 “우리는 기업들의 요구에 응답해 제도를 단순화하고, 수입업체 90%를 면제함으로써 EU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도왔다”며 “기후 목표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중심 면제…50톤 기준 새로 도입
기존 CBAM은 ‘무시할 수 있는 가치(negligible value)’ 기준으로 극소량의 수입품만 예외를 인정했지만, 이번 합의로 수입량 기준이 명확히 설정되면서 중소기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게 됐다.
새 기준은 연간 50톤 미만 수입업체에 대해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의 SME와 개인 수입업체들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써 CBAM의 실질 부담은 수입 물량이 많은 대형기업 위주로 집중될 전망이다.
CBAM은 EU 외 국가에서 제조된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TS)와 유사한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고 역외 생산의 가격 경쟁력 왜곡을 막기 위한 조치다. CBAM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옴니버스 I’ 규제개편의 일환…전반적 행정부담 경감
이번 조치는 EU 집행위가 2025년 2월 발표한 규제개편 패키지 ‘옴니버스 I(Omnibus I)’의 일환이다. 이 패키지는 ESG 공시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규제 전반에 걸쳐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SME에는 35%, 모든 기업에는 25% 이상 보고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CBAM 관련 제도도 대폭 간소화된다. ▲CBAM 신고자 인증 절차 ▲내재배출량 산정 방식 ▲데이터 수집·검증 체계 ▲재무책임 규정 등 제도 전반의 행정 절차가 정비되며, 악용 방지를 위한 조항도 보완된다.
아담 슈와프카(Adam Szłapka) 폴란드 EU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EU 경쟁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CBAM 개정안은 향후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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