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항공기의 안전 신뢰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도 에어 인디아 소속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하면서, 지난 13년간 ‘무사고’ 신화를 이어오던 드림라이너 기종에서도 첫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2024년 알래스카항공 도어 이탈 사고 이후에도 잦은 결함과 관리 부실이 반복되며, 보잉의 구조적 위기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보잉의 신뢰 회복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균열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드림라이너 첫 추락… 생존자 1명, 원인 미상
사고는 12일(현지 시각), 인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서 출발해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향하던 에어 인디아 171편이 이륙 직후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기내에는 인도인 169명, 영국인 53명, 포르투갈인 7명 등 총 24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한 명이 생존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에어 인디아는 드림라이너 30대 이상을 보유 중이며, 인도 정부로부터 운항 중단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공안전네트워크(ASN)에 따르면 드림라이너는 2011년 운항 시작 이후 최초의 추락 사고다.
보잉은 최근 몇 년간 연이은 결함과 안전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2024년 1월,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MAX 기종에서는 비행 중 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FAA(미국 연방항공청)는 보잉의 생산량을 월 38대로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보잉은 2023년 기준 월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 손실, 노동자 파업, 품질 검사 위조 논란 등까지 겹치며 제조 공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받고 있다.
보잉, 5월 주문 303대로 급증... 1년 6개월만에 최대규모
항공 분석 기업 시리움(Cirium)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148대의 보잉 787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다. 평균 기령은 7.5년이다. 787을 가장 많이 운항하는 항공사는 ANA 홀딩스(ANA Holdings Inc.) 로 86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유나이티드 항공 홀딩스(United Airlines Holdings Inc.) 와 아메리칸 항공 그룹(American Airlines Group Inc.)이 잇는다.
사고 직전까지 보잉은 생산 회복과 수주 증가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던 상황이었다.
보잉은 지난 5월, 303대의 항공기 주문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보잉 웹사이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 기간 동안 이뤄진 주문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기간 동안 보잉의 미국산 제트기를 관세에 대한 핵심 협상 카드로 내놓았다. 당시 카타르 항공은 미국 보잉으로부터 최대 210대의 제트기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보잉 홈페이지에 따르면 카타르 항공은 이미 보잉 항공기 15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787 드림라이너 120대와 항공기 777X 30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이 계약을 미리 언급했다. 영국항공(BA) 소유주인 IAG 또한 6월 초 130억달러(약 17조 7320억원) 규모의 787-10 항공기 32대를 주문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에어 인디아 추락 사고 이후, 보잉 주가 급락
에어 인디아의 추락 사고 이후 관심이 항공사와 여객기 제조업체인 보잉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뉴욕 증시가 마감됐을 때 보잉 주가는 5% 하락했다. 이는 항공사와 보잉이 모두 대중 이미지를 되살리려 노력하는 와중에 발생한 일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취임, 회사 혁신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삼은 보잉 CEO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는 다음 주 열리는 파리 에어쇼 참가 계획을 취소했다고 CNBC와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 행사는 업계의 중요한 행사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들은 13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번 주가 폭락으로 "보잉 주식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수석 산업 분석가인 제프 윈다우(Jeff Windau)는 리서치 노트에서 단기적인 변동성을 예상하며, 보잉의 프로세스에 대한 조사 강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윈다우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생산에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점차 보잉을 ‘품질 불신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한 건의 사고가 아니라 반복되는 위기 대응 실패, 품질 관리 미비, 리스크 축적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