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드론이 투입돼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섰다. 드론은 고산지대에 방치된 산소통, 인간 배설물, 음식물 찌꺼기 등을 수거해 베이스캠프로 운반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등반 시즌 동안 해발 6065미터 에베레스트 캠프1에서 쓰레기를 드론으로 수거해 700미터 아래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운반하는 시범작업이 이뤄졌다. 드론을 이용하면 기존에 셰르파가 4시간 이상 걸리던 경로를 단 6분 만에 왕복할 수 있다. 이는 셰르파들의 안전을 지키고 쓰레기 수거 효율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SZ DJI 테크놀로지사 ‘플라이카트(FlyCart) 30’ 모델 사용
이번 작업에 투입된 드론은 중국 SZ DJI 테크놀로지(SZ DJI Technology)의 ‘플라이카트(FlyCart) 30’ 모델이다. 네팔 현지 기업인 에어리프트 테크놀로지(Airlift Technology)가 운영을 맡아 줄과 사다리 등 보급품을 상부로 운송하고, 쓰레기를 베이스캠프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정부기구 사가르마타 오염 통제 위원회(Sagarmatha Pollution Control Committee, SPCC)에 따르면, 드론을 활용한 첫 수거작업은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으며, 이 기간 약 280kg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현지 등반 업체 아시안 트레킹(Asian Trekking)의 셰르파 라크파 누루(Lhakpa Nuru)는 “기존 셰르파들이 감당하던 쓰레기 운반량의 약 70%가 드론으로 대체됐다”고 추정했다.
그는 “기온이 오르면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며, 일부 셰르파들은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다”며 “더 많은 드론이 투입돼 더 무거운 쓰레기를 수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는 1990년대 이후 등반객이 급증하면서 고산지역에 쓰레기가 빠르게 쌓였다. 매년 4~5월 등반 시즌이면 수천명이 베이스캠프를 방문한다. 캠프1~4 등 고지대 캠프에는 수십 년간 버려진 쓰레기가 여전히 방치돼 있다.
2019년부터 네팔군과 셰르파들이 협력해 약 100톤의 폐기물을 수거했으며, 정부는 등반객에게 최소 8kg의 쓰레기를 되가져오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4000달러(약 550만원)의 보증금을 몰수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미국·유럽 드론 제조사들도 시험용 장비 제공 제안
프로젝트 확장을 위해서는 전문 보험 필요해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수십 년 전 쓰레기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쓰레기 유출수로 인한 수자원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염병 위험을 막기 위해 현지 당국은 배설물도 반드시 수거백에 담아 베이스캠프로 가져오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빙하가 녹으며 크레바스가 넓어지고, 빙하 붕괴 위험도 높아졌다. 아시아트레킹의 셰르파 텐징 데이비드(Tenzing David)는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가장 위험한 빙하지대가 녹기 시작한다”며 “드론이 이 구간을 대신 오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투입된 DJI 드론은 약 7만달러(약 9500만원)로, 영하 20도와 시속 40km 이상의 바람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6500m 이상 고지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 비행이 불가능하며, 기상변화에 민감하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로 4월 중순 한 기체가 시속 60km 이상의 강풍에 낙하산을 펼치고 착륙했으나 이후 돌풍에 끌려가 손상되기도 했다.
SPCC 측은 “프로젝트 확장을 위해서는 드론 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행 보험 시장엔 이에 대응할 상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에어리프트는 네팔 정부와 협력해 에베레스트 외에도 안나푸르나 등 8000미터급 산에도 드론 수거 시범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리프트의 공동 창업자 밀란 판디(Milan Pandey)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5개 이상 드론 제조사들이 시험용 장비 제공을 제안해왔다”며 “현재 이 고도에서 수거 작업을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