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오트 음료 기업 오틀리(Oatly)가 한때 식물성 대체음료 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지만,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이탈과 글로벌 트렌드 변화로 인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한때 100억달러(약 14조원)로 평가받던 기업가치는 97%까지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각), 오틀리 최고경영자(CEO) 장 크리스토프 플라탱이 “과도한 기후 위기 공포 마케팅과 그린워싱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 피로감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처벌적인 어조가 많았으며,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담론에 지쳤다”고 지적했다. 

사진=오틀리

 

오틀리 매출 성장률 1%로 하향 조정…단백질 선호·초가공식품 기피 영향

오틀리는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친환경 가치보다 단백질 함량 등 영양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됐다. 이에 초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해지며 오틀리 제품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역단체 굿푸드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식물성 우유 매출은 5% 감소한 28억달러(약 4조원)를 기록했다. 

플라탱 CEO는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은 과잉 상태이며, 오히려 식이섬유가 부족하다”며 “오틀리 제품은 이러한 영양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오틀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억800만유로(약 3456억원)를 기록했다. 유럽 매출이 12% 늘어 전체 실적을 견인했지만, 북미와 중국에서는 각각 6.8%, 6.4% 감소했다. 이에 오틀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최대 1%로 낮추고, 중국 사업에 대한 전략적 검토에 착수했다.

 

2021년 상장 이후, 생산 차질·경쟁 심화로 성장 타격 

오틀리는 2010년대 ‘우유 같지만 인간을 위한 것(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이라는 슬로건으로 식물성 음료 시장을 선도했다. 오프라 윈프리, 제이지, 나탈리 포트만 등 유명 인사들이 투자에 참여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이어진 생산 차질로 인해 스타벅스 등 주요 거래처에 귀리음료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고, 그 사이 경쟁사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오틀리의 성장세를 추월했다.

오틀리는 이후 공급망 효율화와 자동화 투자에 집중하며 재정비에 나섰다. 플라탱 CEO는 “공급망 안정화와 생산 효율성 개선이 현재 회사의 최우선 과제”라며 “올해를 수익성 전환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누적 적자 12억달러에도, 프리미엄 유기농 제품으로 첫 흑자 도전

오틀리는 상장 후 4년간 누적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12억달러(약 1조7180억원)에 달했다.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97% 폭락해 시가총액은 현재 약 4억1100만달러(약 5885억원)에 그쳤다.

다만 플라탱 CEO는 올해 첫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은 1억9860만달러(약 2844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유럽 시장에서 고마진 구조가 정착하면서 2분기 매출총이익 역시 6760만달러(약 968억원)로 늘었다.

다니엘 오르도녜스 오틀리 최고운영책임자 겸 글로벌 사장은 “현재 시장 전반의 성장세는 미미하지만, 오틀리는 미국 내에서 여전히 업계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낙농업체들이 그라스-페드(grass-fed)나 유기농(organic)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오틀리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도녜스 사장은 “지금 소비자들은 더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윤리적인 선택을 원한다”며 “오틀리는 단백질 과잉 시장에서 ‘섬유 중심의 영양 균형’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탱 CEO는 “오틀리는 단순한 환경 브랜드를 넘어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재정비될 것”이라며 재도약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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