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향후 5년 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는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지구온난화 제한 기준을 초과하는 수치지만, 협정 기준이 '20년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공식 위반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이번 전망은 지구 평균기온이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치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해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WMO는 "지속적인 온도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는 극심한 폭염, 폭우,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재난성 기후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약 3.5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 중이며, 향후 5년간 겨울철 기온이 최근 30년 평균 대비 약 2.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북극과 북서태평양의 해빙이 급감하고, 베링해·오호츠크해 등에서는 해빙 밀도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해양 온난화, 해수면 상승, 해양 순환의 불안정성 등 연쇄적인 기후 시스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MO는 “기후변화는 해양 온도 상승,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각국은 국가결정기여(NDC)를 강화해 온실가스 감축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후 예측은 WMO의 연간·10년 단위 기후예측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 기상청(Met Office)이 전 세계 주요 기상 예측센터들과 공동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WMO가 2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9년 사이 연평균 지표면 온도가 1850~1990년 대비 평균 1.2~1.9도 높을 가능성이 80%에 달하며, 향후 5년 평균기온이 1.5도를 초과할 확률도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보고서(47%)와 재작년 보고서(32%)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다.
WMO는 “기온이 소수점 단위로 상승해도 심각한 폭염, 국지성 집중호우, 극심한 가뭄 등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 생존과 경제 시스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역별 강수량 변화도 함께 전망했다. 2025~2029년 5월부터 9월 사이 사헬지대, 북유럽, 알래스카, 시베리아 북부 등에서는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상되는 반면, 아마존 지역은 평균 이하의 강수량으로 인해 극심한 건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남아시아 지역은 2023년을 제외하고 평균보다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파리협정 목표 1.5도 실제 초과할 수도
한편, WMO에 따르면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파리기후협정 기준선을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초과한 해이기도 하다. 이 발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풍을 동반한 산불이 발생한 직후에 나왔으며, 같은 해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도 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은 여전히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지목됐다. 2024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2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비영리기구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 연구원 지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2025년 역시 역대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엘니뇨 영향으로 상승했던 기온이 내년 라니냐로 일부 완화되더라도 연도별 기온 순위에서 상위 3위권에는 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WMO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이라며, “기후위기는 부유한 국가부터 가난한 지역까지 모두를 위협하고 있으나, 일부 국가의 정치적 의지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 기후담당 집행위원 뵙케 회크스트라(Wopke Hoekstra)는 “기후 대응은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도 및 2도 목표가 통상 20년 단위의 장기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2015~2034년 20년 평균 기온 상승폭의 중앙값이 1.44도이며, 일시적으로 1.5도를 초과하더라도 협정 위반은 아니지만, 앞으로 1.5도를 초과하는 빈도와 강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실질적인 임계치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WMO 부사무총장 코 배럿(Ko Barrett)은 “앞으로 평균 기온이 일시적으로 1.5도를 초과하는 해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며, “기후예측과 과학 기반 감시는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도구로, 기후 적응을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인도, 기후위기 속 예보 정밀화와 수자원 통제 병행
- 대만, 마지막 원자로 폐쇄... 에너지 위기와 기후 목표 '이중 압박'
- 재난채권 시장 600억달러 전망…인플레·기후위기 속 자본시장 ‘블루칩’ 부상
- 美 콜로라도 대법원, 기후위기 기업 책임 인정…소송 본격화 흐름
- 기후 대응 지연 시 5년 내 글로벌 GDP 1.3% 감소…NGFS, 단기 리스크 시나리오 첫 발표
- 美, 글로벌 개발금융 개혁 약화 시도…UN 문서에서 드러나
- 트럼프, 연방기관 환경 데이터 전면 삭제...시에라클럽 등 4개 단체 소송
- 英 에디, ‘자가치유 도로·無전력 정수’ 등 3월 녹색기술 6선 공개
- 캐나다 앨버타 산불, 오일샌드 위협…북미 산불, 더 길고 더 거세졌다
- 한국, 컬럼비아 기후대학원 선정 ‘기후재정 안정성’ 지수 세계 2위
- 에베레스트 쓰레기, 중국산 드론이 치운다…기후변화가 수거 시급성 높여
- 기후위기 GDP 감소 62% vs 23%…추정치 논쟁, 피해 현실엔 “이견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