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상쇄 인증기관 베라가 국제 항공 탄소감축 제도인 CORSIA 적격 크레딧에 ‘보증보험 요건’을 도입했다. 파리협정 6조상 ‘이중 청구(double claiming)’ 리스크에 대응해, 회계 조정 또는 제3자 보험을 통한 보상 체계를 공식화한 조치다.
베라는 16일(현지시각) 발표를 통해, 이번 조치가 2021년 이후 발행된 탄소크레딧(VCU)에 적용되며, 관련 기준을 충족한 크레딧에는 CORSIA 라벨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응 조정 또는 보험 통한 보상 요건…회계와 보험 병행
CORSIA(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도입한 시장 기반 탄소감축 제도로, 국제 항공 부문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수단이다. 제도는 시범 단계(2021~2023년)를 거쳐, 1단계(2024~2026년)와 2단계(2027~2035년)로 운영된다.
CORSIA 라벨을 받기 위해선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해당 탄소감축 실적이 감축 프로젝트를 시행한 호스트 국가에 의해 국제 사용(Article 6) 용도로 승인되고,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이 완료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이중 청구 발생 시 보상하겠다는 서명 회계문서와 보험증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중 청구’란 동일한 탄소 감축 실적을 항공사와 호스트 국가가 동시에 주장하는 것을 뜻하며, 파리협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항공사가 특정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크레딧을 구매해 탄소 상쇄에 활용하면서, 호스트 국가도 해당 실적을 자국 감축 목표(NDC)에 반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민간 보험 시장 참여 허용…보상 메커니즘 명문화
이번 조치는 이중 청구 발생 시 ▲CORSIA 적격 탄소크레딧(VCU 또는 EEU)의 상응 취소 또는 ▲동등한 금액의 보상을 보장하는 보험만을 인정한다. 또한, 시장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상 금액에 대한 조정 메커니즘도 포함돼야 한다.
보험 상품 제공자는 프로젝트 주체나 호스트 국가와 무관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갖춰야 한다. 민간 보험사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다자보증기구(MIGA)도 참여 가능하되, MIGA 보증은 별도의 등가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보험의 유효기간은 해당 크레딧이 이전된 이후, 호스트국이 파리협정에 따른 투명성 보고서(BTR)를 제출하는 시점까지 최소 2년 이상이어야 한다. 보험사는 베라와 정보공유 계약을 체결하고, 보장 대상 크레딧, 보장 조건, 보장 소멸 여부 및 청구 발생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베라는 제3의 독립 보험 평가자를 통해 보험상품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공식 인증 목록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보험의 취득·유지 비용이나 이중 청구 발생 시 보상 수행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베라는 이번 조치가 자발적 시장과 의무 시장 모두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탄소크레딧 구매자들은 민간 보험 메커니즘을 활용해 회계상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공식 경로를 확보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