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디젤 엔진에 의존해온 미국 철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CNBC는 14일(현지시각) CNBC는 14일(현지시각) 스타트업 볼티파이(Voltify)가 ‘철도 전동화’에 본격 나서며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전했다.
창업자 다프나 랭어는 철도업계의 연료 전환이 산업 특성상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CNBC에 "초기에는 많은 저항이 있었다"며 "매우 전통적인 산업이고 가동률과 신뢰성이 핵심이라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철도회사의 최대 우려는 배터리 충전 시간과 안정적 전력 공급이었다.
연 110억달러 연료비 부담…볼티파이 '디젤 패리티'로 공략
미국 철도업계는 막대한 연료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6대 화물철도회사가 매년 쏟아붓는 연료비만 110억달러(약 15조원)를 넘는다. 미국 최대 철도 운영사 유니온퍼시픽 한 곳만 해도 2024년에 연료비로 25억달러(약 3조원)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디젤 가격 변동에 실적이 직접 좌우되는 구조다.
연료비 외에도 환경 비용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철도 배출로 인한 연간 오염 비용을 158억달러(약 22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의 2021년 연구는 미국 철도가 디젤을 배터리로 전환할 경우, 향후 20년간 약 940억달러(약 130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티파이는 철도회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디젤 패리티(동일 단가)' 전략을 내세웠다. 철도업체가 현재 디젤과 동일한 가격인 kWh당 0.09달러(약 120원)만 내면 배터리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전문 매체 Ainvest는 14일(현지시각) 급락한 태양광과 배터리 비용,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30~40% 세액공제 혜택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충전 인프라 구축도 핵심 전략이다. 볼티파이는 2030년까지 북미 전역에 1400개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AI 알고리즘으로 모든 노선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해 안정적 전력 공급을 보장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그리드에서 생산된 잉여전력 판매와 탄소배출권 거래로 수익을 다각화한다. 회사는 현재 북미 3대 철도회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2026년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투자 비용은 볼티파이가 부담하되 에너지 자산 소유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마이크로그리드 설치 비용은 철도 화물 기지의 규모에 따라 2350만달러(약 326억원)에서 1억1550만달러(약 1601억원)가 소요된다.
회사는 ▲철도업체 대상 전력 공급 서비스 ▲잉여전력 판매 ▲탄소배출권 거래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로 투자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투자 전문 매체 AInvest는 미국 전체 철도 화물기지 1500곳 중 단 150곳(10%)에만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도 남는 전력을 팔아 연간 15억달러(약 2조원)에서 30억달러(약 4조원)를 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철도회사 전력 공급 사업과 탄소배출권 판매까지 더하면 볼티파이가 주장한 연 100억달러(약 14조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아시아, 배터리 열차 선도…글로벌 경쟁 가속화
글로벌 열차 배터리 시장에서 아시아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철도 전문매체 글로벌 레일웨이 리뷰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글로벌 열차 배터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열차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는 상위 5개국은 중국, 미국, 독일, 일본, 인도로 분석된다.
중국은 올해 4월부터 대용량 배터리 기관차를 실제 운행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배터리로만 움직이는 전동차를 상용화했다. 인도는 2030년까지 모든 철도를 전기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배터리 열차 실험을 늘리고 있다. 한국도 코레일과 국토교통부가 함께 출퇴근용 수소 연료전지 열차의 개발 및 상용화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배터리 전동차를 실제 노선에서 운행하고 있고, 프랑스는 지역 열차에 배터리 기술을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독일 지멘스는 최근 뉴욕 지하철에 배터리 기관차 13대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트랫뷰 리서치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구동 열차 시장은 2024년 4억3700만달러(약 6058억원)에서 2030년 5억1400만달러(약 7125억원)로 연평균 6%씩 성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