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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양유업, 독일의 데카뱅크는 비슷한 시기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대 마케팅’ 논란 때문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사건의 양상은 똑같다.

독일의 헤비급 은행이자 저축은행연합회에 해당하는 ‘데카뱅크’는 최근 “펀드의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법적 조치를 피하기 위해 임팩트 계산기((Impact Calculator)를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데카뱅크는 올해 초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소비자보호센터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데카뱅크의 ‘데카-지속가능성 임팩트펀드(Deka-Sustainability Impact Fund)'가 투자자들에게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 오도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 펀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임팩트 계산기(Impact Calculator)라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데, “1만 유로를 투자하면 575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디젤차로 3597km를 주행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돼있다. 또 “펀드의 투자목적에 맞는 상장기업에 간접 투자함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낸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센터는 “모든 기업에 이러한 영향을 내는 것도 아니며, 이 수치에 관한 증거도 없다”며 “이 펀드의 지속가능성 임팩트는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작은 활자로만 적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센터가 이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자, 데카뱅크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에까지 가게 됐다. 당초 데카뱅크는 “이번 고발은 근거가 없으며, 사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임팩트 계산기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카뱅크 측은 “해당 펀드의 지속가능성 임팩트에 대해 적절하고, 투명하며,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관심사”라며 “‘광고법(advertising law)’ 문제에 대한 사소한 논쟁에 근거한 법적 분쟁은 별 소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주 시작될 예정이던 법적 소송절차는 종료됐다.

이번 사건은 ‘친환경’ ‘ESG’ 등의 용어를 남용하거나 과대 마케팅할 경우 역효과를 일으킬 뿐 아니라, 소송까지 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셜 미디어 시대 평판과 그린워싱 

한편 국내에선 ‘남양유업 코로나 불가리스’와 ‘이니스프리 종이 보틀’ 논란이 뜨겁다. 두 사건을 보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기업 평판(reputation)과 그린워싱(Greenwashing)에 관한 교과서적인 해답을 보여준다.

우선 사람들의 기억에선 잊혀 지지만, 소셜미디어 속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번 평판이 나빠지면, 10년 후에도 사람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옛 기록을 찾아낸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의 한 회의장에서 ‘코로나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점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섣부른 연구결과 발표였다. 기업에선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를 통한 마케팅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식약처의 고발, 세종시의 영업정지 2개월 부과, 세종공장 2개월 올스톱, 불매운동이라는 역대급 부메랑을 맞았다.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 억제” 남양유업 등 관련株 급등세 - 조선일보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이미 평판이 나빠진 기업이라 이번 불매운동에는 ‘괘씸죄’까지 더해진 측면이 크다. 10년 전만 해도 “부정적인 기사 한 건이 터지면, 긍정적인 홍보기사를 계속 쏟아냄으로써 인터넷창에서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게 기업 홍보팀의 교과서적인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물량공세는 소셜미디어 시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산불이 번지기 시작하는 순간, 헬리콥터가 물을 쏟아내도 산불이 잡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제품의 홍보마케팅이 언제든 ‘역주행’한다. 가수 비의 ‘1일1깡’을 비롯해최근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사례도 대표적이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니스프리 종이 보틀’의 경우 작년 6월 이니스프리가 단기 이벤트로 진행한 ‘페이퍼 보틀 에디션(paper bottle edition)’이 뒤늦게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사례다. 

이니스프리의 '페이퍼 보틀 에디션'.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그린워싱" 논란을 낳으며 화제가 됐다.
이니스프리의 '페이퍼 보틀 에디션'.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그린워싱" 논란을 낳으며 화제가 됐다.

 

기존 플라스틱 용기 제품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51.8%로 줄이고, 그 위에 종이로 한겹 싸 놓은 게 이 제품의 요지다. 한데 지난 6일 소셜미디어에 “종이 용기인줄 알고 샀는데 잘라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있었다. 속았다”는 취지로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왔다. 용기만 보면 진짜 종이 보틀이라고 착각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진은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 논란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대논쟁을 촉발했다. 이니스프리는 뒤늦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불매운동까진 벌어지지 않았지만, 자칫하면 기업에 큰 리스크를 안길 만한 소지가 다분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제품의 절반이나 줄였는데, 이것도 몰라주고 혼만 난다’며 기업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과대마케팅을 알면서도 속아줬던 소비자들은 이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자발적인 사이버 탐정’이 수십, 수백 만명이 널려 있어 이들의 정보 수집력을 기업 홍보팀이 당해낼 수가 없다. 또 숨길 수 있는 내부 정보조차도 정의와 공정에 예민한 밀레니얼 세대인 내부직원들에 의해 ‘익명 직장인 앱’ 등을 통해 고발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벌어진 동아제약의 여직원 성차별 면접으로 인한 논란에 이어 남양유업의 코로나19 불가리스 등의 기업 공통점을 보면 이들이 모두 중견기업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 수준으로 눈높이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가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과 달리,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중견기업 상당수는 오너 회장을 말을 거스르지 못하고 조직이 수직적으로 움직이는 등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9489억원으로 10여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77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SG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선 아직 두드러지지 않지만, 해외 NGO나 싱크탱크의 경우 기업과 은행상품의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검증하고,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ESG에 역행하는 로비 실태를 조사하는 사례도 많다. ‘2도씨 투자 이니셔티브(2Degrees Investing Initiative)’는 2020년 환경 임팩트를 주장하는 펀드 90%가 규제 지침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SG 시대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기업들은 마케팅 이전에 진정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또 이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스크가 닥칠 때 이를 방어하거나 약화시킬 수단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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