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화석연료 없는 네덜란드’ 홈페이지
사진=‘화석연료 없는 네덜란드’ 홈페이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네덜란드 연기금 PFZW로부터 145억유로(약 23조5187억원) 규모 위탁 자금을 잃었다. 블랙록의 기후 리스크 대응 부진이 위탁 해지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PFZW는 전체 500억유로(약 81조1025억원)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해 앞으로 로베코, 맨뉴메릭, 아카디안, 라자드, 슈로더, M&G, UBS, PGGM 등 여러 운용사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FZW, 재무 성과·리스크·지속가능성을 동등하게 고려

블랙록 관계자는 “2025년 상반기 PFZW의 환매를 확인했다”고 밝히며, “블랙록은 네덜란드 고객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지속가능 투자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PFZW가 블랙록 위탁 자산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해 왔으며, 블랙록은 자격 요건을 갖춘 고객이 자산 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PFZW의 결정은 미국 대형 운용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넷제로 정책 공세 속에서 기후동맹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 대한 자산 소유자들의 불만을 반영한다. 네덜란드 언론 NRC는 PFZW가 자산운용 접근 방식을 변경하면서 블랙록을 제외한 것으로 보도했다.

약 2500억 유로(약 470조3945억원)를 운용하는 연기금인 PFZW는 재무 성과, 리스크, 지속가능성을 동등하게 고려하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블랙록 계약 해지 평가액는 3월 말 기준 145억유로(약 23조5187억원) 규모였다. 다만 PFZW는 여전히 블랙록의 머니마켓펀드에는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FZW의 자산을 운용하는 PGGM에 따르면, PFZW는 150억유로(약 24조3308억원) 규모의 리걸앤드제너럴(L&G) 위탁 운용도 종료할 예정이다.

 

다른 네덜란드 연기금도 ‘이탈 가능성’

네덜란드의 또 다른 연기금 PME도 올해 초 블랙록과의 50억유로(약 8조1103억원) 규모 위탁 계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PME는 올해 말까지 블랙록 위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블랙록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PME의 책임투자 수석전략가 다안 스파르하렌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사법부 공격이나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 그룹(IIGCC)은 자산 소유자들에게 ‘넷제로 정책과 광범위한 업계 차원의 책임 활동 필요성’에 대해 운용사와의 적극적 관여를 권고하며, 의결권을 운용사에 맡기지 말 것을 제안하고 있다.

네덜란드 주요 연기금들은 블랙록을 포함한 외부 운용사에 대해 자산 운용 방식과 책임투자 기준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PMT는 블랙록이 자사가 만든 벤치마크를 기반으로 패시브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BP는 외부 운용사들이 자사의 책임투자 정책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화석연료 없는 네덜란드(Fossil Free Netherlands)’는 연기금에 블랙록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캠페인(’Break with BlackRock’)을 벌여왔다. 이들은 연기금이 기후 위기를 진지하게 다루는 자산운용사를 통해 연금 자산과 미래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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