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벤처캐피털(VC)들이 중국의 청정에너지 산업의 우위를 직접 확인한 후 서구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중국을 방문한 서구권 VC 8곳이 배터리·태양광·풍력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영역 투자를 중단하거나 아예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ChatGPT 생성 이미지/임팩트온
ChatGPT 생성 이미지/임팩트온

 

서구 벤처캐피털, 중국 현장 조사…투자 리스트 대거 수정

VC들은 중국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월 중국 공장들을 직접 방문하고 현지 투자자, 창업가들과 면담했으며, 해당 사항을 블룸버그에 전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 출신으로 현재 유럽 클린테크 전문 콤파스(Kompas)VC의 탈리아 라파엘리 파트너는 "중국이 배터리와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에서 앞서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직접 보고 나니, 유럽과 북미 경쟁업체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기후테크 전문 VC 플래닛A벤처스의 공동창업자 닉 드 라 포르지는 "중국이 많이 앞서 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배터리 제조·재활용, 전해조, 태양광, 풍력 하드웨어 분야는 해당 영역을 투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딥테크 VC 익스텐샤 캐피털의 파트너 야이르 림은 이번 방문 이후 서구 배터리 셀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의 배터리 제조업은 이제 '게임 오버'"라며 “중국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전 맥쿼리그룹 전무 출신으로 글로벌 에너지 전문 VC 에너지임팩트파트너스의 애쉬윈 샤신드라나스 파트너는 "서구 투자자들이 중국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태양광·배터리 등 전 밸류체인 지배…중국 협력론 부상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풍력터빈의 60%, 전기차의 70%, 배터리의 75%를 생산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특허의 75%도 중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녹색 기술의 핵심인 희토류 광물 공급망도 장악했다. 전 골드만삭스 원자재 부문 임원이었던 이레나 스파자판 영국 시스테믹캐피털 대표는 "중국이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VC들은 중국의 경쟁력이 생산량뿐만 아니라 제조 기술 수준에서도 압도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를 방문한 덴마크 기후테크 VC 2150의 공동창업자 제이콥 브로는 "가장 자동화되고 진보된 제조 라인 12개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더 많은 라인들이 있었다"며 "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유럽의 배터리 산업의 희망이었던 노스볼트가 미국과 스웨덴에서 파산을 신청한 상황에서, 2150의 브로 공동창업자는 "지금 유럽에서 노스볼트 같은 회사를 만들려면 중국 기업들을 초청해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기후경제학자 게르노트 바그너는 "중국이 경쟁에 밀린 기업들을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시키는 방식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챔피언을 만들어내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