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너리 이원호 본부장, 이경용 책임연구원 인터뷰 (2부)
- LCA의 목적은 수치 산정이 아닌 '목표 관리'... 감축 전략을 위한 의사결정 수단 돼야

EU를 필두로 최근 규제 트렌드는 LCA를 환경영향 평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밀어올렸다. LCA를 하지 않으면 규제 대응도 어렵고 입찰 경쟁력도 떨어지게 됐다. 

현장에서는 고민이 깊다. 우리 제품에는 어떤 방법론을 적용해야 하는지, 어떤 툴을 선택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평가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원청 요구대로 세부 데이터를 제출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2부에서는 이러한 실무적 어려움과 이를 풀기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

 

LCA 필요성은 '상수'... 데이터 투명성과 대외비 둘 다 확보해야 

 Q. MES(생산관리시스템)이나 ERP를 보유한 기업들도 많다. 조금만 손보면 LCA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ERP는 본래 재무와 생산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다. 관리회계 관점에서 판매관리비나 인건비를 제품이나 브랜드별로 적절히 할당해 제품별 원가를 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LCA에서 요구하는 배출량 할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ERP 내에 에너지 사용량, 배출량, 배출계수 같은 환경 데이터를 끌어와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설비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할 경우, 배출량을 무게·매출·공정 시간 등 어떤 기준으로 할당할 지도 국제 규격에 맞는 로직을 새로 짜 넣어야 한다. 기존 시스템으로 LCA를 할 수 없는 이유다. 

Q. 수출기업이 아닌 경우 일단 원청사 요구만 대응하면 된다. 계산은 자기들이 할 테니 데이터만 넘기라고 하는 원청사도 많은데. 

맞다. 그렇게 하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당장은 편하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원청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협력사의 마진율을 역산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제품당 배출량 산정에는 에너지 사용량부터 투입된 원자재들의 목록까지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모든 정보들이 총동원된다. 원청사가 관리하기 좋도록 만든 엑셀 포맷에 전기 사용량, 가스 사용량, 투입 원자재 수량 같은 데이터를 다 기입해서 넘기면 이론상 제품원가 구조, 마진율까지 추정이 가능해진다. 향후 계약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원청이 계산을 직접해버리면 협력사는 어떤 지침이나 배출계수가 적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결과값이 불리하게 나와서 이를 근거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도 반박할 근거가 없다. 이는 곧바로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실제 업계 실무자들은 LCA 데이터가 내밀한 대외비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넘기라는 원청이나 규제 요구에 불안함이 큰 것이 사실이다. 

Q. 데이터 제출을 거부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있다. 규제기관과 원청이 원하는 건 제품 1개당 탄소배출량과 그 값이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합리적 근거다. 협력사의 모든 운영 데이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너리에서 개발한 엔비온은 공정도(프로세스 다이어그램) 기반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이 어떤 라인과 설비를 거쳐 생산됐는지 공정도를 그리고, 각 단계별로 투입된 자원과 적용한 배출계수를 매핑해 시각화하면  외부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산출 근거가 된다. 제품별 탄소발자국(PCF), 공정 흐름, 할당·배출계수 기준은 외부에 제출하되, 전력 총 사용량, 가스 총 사용량, 원자재 단가 같은 민감한 원천 데이터는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 주도권을 협력사가 지키면서도, 원청과 규제기관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다. 

엔비온 공정흐름도 생성 화면 = 그리너리
엔비온 공정흐름도 생성 화면 = 그리너리

Q. 솔루션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 

겉으로만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인건비까지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처럼 환경 전담 인력을 따로 두기 어렵다. 기존 담당자가 규제마다 바뀌는 산정 방식을 공부해가며 보고서를 만들지만, 노하우가 쌓이면 이직이나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회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사람을 투입해야 하고,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미숙한 대응으로 야기할 수 있는 원청 측의 불만사항은 또다른 리스크가 된다. 

차라리 전문 솔루션과 외부 지원을 활용해 회사는 본업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다. 엔비온은 단순 시스템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 진단을 지원하고 있다. 규제 흐름도 자꾸 바뀌고, 공정이나 원부자재가 바뀔 경우도 있으니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Q. 규제별로 요구하는 포맷이 제각각이라고 했다. 이건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

솔루션을 도입할 때부터 관련된 데이터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취합할 수 있게 해놓으면 된다. 일단 모두 모아놓고 배터리법에서 요구하는 조합, CBAM에서 요구하는 조합, 원청이 요구하는 조합대로 추출하면 시스템을 두 번 구축할 일도, 담당자가 수기로 따로 데이터를 요청할 일도 없다. 

이를 위해 엔비온은 전산으로 취합 가능한 데이터들은 모두 자동으로 취합과 가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협력사 자료처럼 별도로 취합해야 하는 일부 데이터만 빼고는, 나머지는 시스템에서 포맷에 맞춰 바로 뽑아낼 수 있다. 이것만 해도 담당자의 불필요한 수기 업무가 크게 줄어든다. 

Q. LCA의 목적은 수치 산정이 아니라 목표 관리라고 했다. 평가 결과값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결과값이 나왔으면 이제 감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특정 공정에 배출량이 집약돼 있으니, 이를 재설계한다든가, 탄소집약적인 원재료를 교체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LCA를 수행하는 근본적인 목적도 여기에 있다. 

엔비온은 보다 정교한 의사결정을 위해 시나리오 기능을 탑재했다. 특정 원자재나 설비를 교체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과 감축 효과를 숫자로 추산해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당장 신규 설비 투자는 어렵더라도 소재 전환이나 재생에너지 PPA 같은 대안을 조합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사 상황에 맞춰 속도조절을 하거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 

엔비온 기후 시나리오 화면 = 그리너리
엔비온 기후 시나리오 화면 = 그리너리

Q. 엔비온을 포함해, 그리너리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단순히 툴을 파는 회사라면 LCA 산정 기능 몇 가지를 구현하는 데서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건 ‘보고서 자동화’ 그 이상이다. 규제가 바뀔 때마다 대응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감축 시나리오를 설계하며, 필요하면 외부 인증까지 연결해주는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그리너리는 엔비온을 포함한 IT 솔루션, 규제 모니터링, 오프라인 진단, 제3자 검증 연계까지 원스톱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규제 대응에 쫓기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뛰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넷제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IT기술과 전문성으로 해결해내는 것. 그것이 그리너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리너리 이원호 본부장(우)과 이경용 책임연구원(좌) = 임팩트온
그리너리 이원호 본부장(우)과 이경용 책임연구원(좌) = 임팩트온

☞  이원호 기후테크솔루션본부 본부장

Erasmus University(네덜란드)에서 경영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앤장 ESG 경영연구소 실장과 MPG(MAX Performance Group)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기획위원과 임업진흥원 과제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자료 검토, ESG 체계 구축 및 진단, 통합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 설계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온실가스 산정과 감축 방법론 개발, 전과정평가(LCA)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ESG 데이터·기후테크 전문가다.

☞  이경용 기후테크솔루션본부  책임연구원 

POSTECH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온실가스 검증심사원(보), 환경성적표지 인증심사원, 빅데이터분석기사 등 다수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A-LCA 데이터베이스 본과 위원 및 IETA Carbon Market 디지털 워킹그룹(WG) 멤버로 활동 중이며, 제품 전과정평가(LCA) 및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분야의 전문가다. Scope 1, 2, 3 산정 체계화와 GHG 감축 전략 수립 등 실무 역량을 보유했으며, ESG 규제 대응과 고객사의 공급망 요구사항 분석, 지속가능경영 보고 체계 수립 등 다수의 민간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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