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규제 완화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오히려 보고 역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PwC가 25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조사’에 따르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의무가 적용되거나 적용 예정인 기업 상당수가 투자자·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로 지속가능성 보고 압력이 지난 1년간 더욱 강화됐다고 응답했다.

 

규제 완화에도 ‘보고 압력 완화’ 응답 7%에 그쳐

PwC는 40개국 약 500명의 임원과 실무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는 이미 CSRD 또는 ISSB 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41%는 CSRD, 23%는 ISSB 기준에 따라 보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EU가 대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CSRD 보고 의무를 시행하는 동시에, 미국 SEC의 기후 공시 규정 철회 움직임, EU의 옴니버스 개정안에 따른 보고 지연·적용 범위 축소 등 규제 후퇴 조치가 병행되는 시점에 발표됐다.

그러나 PwC 조사 결과, 기업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압력이 줄었다고 답한 기업은 7%에 불과했다. 비록 CSRD 보고를 계획 중인 기업 가운데 40%는 EU의 일정 조정에 따라 보고를 연기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같은 비율의 기업이 기존 일정에 따라 CSRD 또는 ISSB·GRI 등 대체 기준으로 보고를 이어가겠다고 응답했다.

보고를 이미 시작한 기업들은 단순한 규제 준수 이상의 가치를 얻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8%는 CSRD·ISSB 보고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상당한 가치’를 제공했다고 평가했으며, ‘추가적인 가치는 없다’고 답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상당한 가치를 얻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들 중 38%는 해당 정보를 ▲경영 전략 ▲공급망 전환 ▲인력 전환 ▲마케팅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CSRD·ISSB 보고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인사이트 가치 / PwC
CSRD·ISSB 보고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인사이트 가치 / PwC

 

지속가능성 보고 AI 활용 비율, 지난해 11% → 올해 28%

응답자의 66%가 지난 1년간 지속가능성 보고에 투입하는 자원을 늘렸다고 밝혔으며, 65%는 경영진의 직접 참여 시간도 증가했다고 답했다. 반면 투자를 줄였다고 응답한 기업은 6%에 그쳤다.

이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상당수는 보고 과정을 되돌아보며 개선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기술 활용의 효율성 제고 ▲데이터 가용성과 완결성의 조기 확인 ▲인력 자원의 확대 ▲부서 간 협업 강화 등을 꼽았다.

보고 기술 활용도에서 변화가 확인됐다.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여전히 87%로 가장 많이 사용됐지만, 중앙집중형 데이터 저장소는 45%에서 65%, 탄소 계산 도구가 53%에서 63%, 공시 관리 도구가 42%에서 53%, 지속가능성 관리 소프트웨어 사용 비율도 23%에서 37%로 활용이 크게 늘었다.

지속가능성 보고에 활용한 기술·도구의 사용 현황 / PwC
지속가능성 보고에 활용한 기술·도구의 사용 현황 / PwC

특히, 지속가능성 보고에서 AI 활용 비율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28%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장 흔한 활용 사례는 공시 초안 작성·요약, 리스크와 기회 식별, 여러 시스템에서의 데이터 수집·통합·검증 등이었다.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정착시킨 경우보다 탐색이나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PwC는 대부분의 조직이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한 AI 도입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지속가능성 보고의 성숙도가 낮다는 점이 오히려 전환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나 운영 부문에 비해 교체해야 할 기존 시스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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