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포항공과대학(POSTECH)의 홈페이지.
 한국의 포항공과대학(POSTECH)의 홈페이지.

영국의 지속가능성 전문 미디어 에디(edie)와 에디의 파트너사 스프링와이즈(Springwise)가 이달 가장 주목할 만한 청정 기술 혁신 여섯 가지를 소개했다. 이번 목록에는 ▲아보카도 폐기물로 만든 친환경 유화제 ▲한국의 ‘바다 비단(sea silk)’ ▲곡물 폐기물을 활용한 가죽 대체재 ▲버섯 기반 신소재 등이 포함됐다.

 

#1. 지속가능한 비단을 위한 고대 기술의 부활

지중해 장인들은 수천 년 전 대형 조개의 수염 같은 섬유를 금빛으로 빛나는 직물로 짜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세대를 거쳐 전해졌으나, 1992년 조개 채취가 금지되고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그런데 한국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식용으로 대규모 양식되는 피조개(Atrina pectinata)의 부산물에서 이 직물을 다시 만들어냈다. 실은 조개가 해초나 바위에 몸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족사(byssus)’에서 나오는데, 보통 요리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족사를 바닷물에 헹군 뒤 깨끗한 물로 소금을 제거하고, 건조와 빗질로 광택을 높였다. 이후 전통적인 방식대로 나무 물레로 실을 잣고 레몬즙에 담근 뒤 마지막으로 세척·건조·빗질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변하지 않는 황금빛 색상과 강한 내구성을 가진 실이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색의 원리가 포토닌(photonin)이라 불리는 단백질 나노구조에서 빛이 반사되는 방식 때문임을 밝혀냈다.

#2. 곡물을 고급 인조가죽으로

가죽은 천연 소재지만 생산 과정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이 산업은 메탄을 배출하는 소 사육에 의존하기 때문에 소가죽 재킷 한 벌은 176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무두질 과정에서는 수질 오염까지 유발한다.

대안으로 합성 인조가죽이 쓰이지만, 화석연료 기반이어서 환경 문제가 여전하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 언케이지드 이노베이션(Uncaged Innovations)은 곡물 기반 폐기물에 주목했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곡물 단백질을 활용해 ELEVATE라는 바이오 기반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가죽과 같은 외관과 촉감을 구현하면서도 플라스틱 함량은 1%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내 두 곳에서 대량 생산을 진행 중이며 해외 파트너도 네 곳이 있다.

#3. 아보카도 폐기물로 만든 유화제

유화제는 섞이지 않는 액체를 안정화하는 데 쓰이며 식품·화장품·제약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필수다. 하지만 기존 유화제는 대부분 석유에서 만들어져 지속가능성과 건강 문제가 지적된다.

스페인 코르도바대학교(University of Córdoba) 연구진은 아보카도 가지치기에서 나오는 리그닌(lignin)으로 친환경 유화제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항산화·항균 기능을 갖춘 고부가가치 첨가제로, 실험에서 상용 제품과 같은 성능을 보였다. 유화는 최대 27일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4. 버섯에서 얻은 혁신적 ‘살아있는’ 소재

셀룰로오스, 리그닌, 키틴 같은 천연 소재는 생분해 가능하지만 석유 기반 플라스틱보다 성능은 떨어진다.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 연구팀은 갈라진털버섯(split-gill mushroom)의 균사체에서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바이오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완전히 생분해되면서도 내구성과 유연성을 갖췄고, 유화제·생분해 필름·습도 센서·배터리 전극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였다.

#5. 조류에서 만든 청색 식용 색소

식품의 색은 맛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파란색은 천연 원료로 구현하기 어려운 색이다.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연구팀은 조류 단백질 피코시아닌(phycocyanin)을 안정화하는 방법을 찾아, 열과 빛에도 변하지 않는 파란색 색소를 개발했다. 이는 석유 기반 합성 색소의 대체재로 기대된다.

#6. 조개껍질에서 영감 얻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플라스틱은 재활용할수록 성능이 약해진다.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연구팀은 조개껍질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보완했다.

진주층은 단단한 물질과 부드러운 단백질이 결합해 충격을 분산시키는 구조다. 이를 모방해, 연구진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벽돌’, 신재 플라스틱을 ‘몰탈’로 사용한 복합 구조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강도와 신뢰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제조 비용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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