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6개 주 법무장관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주요 지속가능성 규제인 CSRD 및 CSDDD 준수를 거부하라고 공개 경고했다고 4일(현지시각) ESG투데이가 밝혔다.
11월 13일 EU의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 버전인 '옴니버스 패키지' 수정안 표결을 앞두고,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안티 ESG운동'을 주도했던 미 16개주 법무장관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티 ESG 기조가 미국 국경선을 넘어 미-EU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의 리스크가 더욱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개 주 법무장관, “EU ESG 규제는 미국법 위반 소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제임스 우스마이어(James Uthmeier)를 중심으로 한 16개 주 법무장관들은 10월 말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미국 기업에 유럽식 ESG 및 DEI(다양성·형평·포용성) 의무를 강요하는 불법적 규제"라고 주장했다.
서한에 서명한 16개 주는 플로리다, 앨라배마, 알래스카, 아칸소, 조지아, 아이다호, 아이오와, 캔자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몬태나, 네브래스카,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이다. 이들 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안티 ESG'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으며, 블랙록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에게도 주정부 자금 철회 등을 무기로 ESG 백기를 들도록 한 바 있다.
이들은 두 법안이 미국의 독점금지법, 불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정 준수 시 소송 및 정부 집행 조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 탈퇴한 파리협정 의무를 기업에 떠넘기는 행위”
서한은 EU의 CSRD와 CSDDD가 사실상 파리기후협정의 의무를 민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파리협정에서 탈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EU는 이번 법안을 통해 기업들로 하여금 파리협정과 유사한 환경·사회 규제를 따르게 하고 있다”며 “이는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 의무의 모호성과 검증 불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확인되지 않은 ESG 데이터 공개는 미국 내에서 기만적 상거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에서 법무장관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의 ESG 및 DEI 활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귀사들은 이미 다양성 확대, 친환경 투자, 사회공헌 등 유럽식 ESG 모델을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CSRD와 CSDDD 같은 불법적 규제에 굴복하는 것은 미국의 법과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 기업에 EU 규제 준수 여부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이를 거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미-EU ESG 패권 주도권 다툼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규제 문제가 아니라 ESG를 둘러싼 미-EU 간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띤다는 게 글로벌 미디어의 중론이다.
EU는 CSRD와 CSDDD를 통해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기준을 표준화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린 규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반면 미국은 ESG를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치적 개입으로 규정하며, 공화당 주를 중심으로 ‘역(逆)ESG 연합’을 형성해 맞서고 있다.
특히 빅테크 3사를 향한 공격은 정확히 이전에 이뤄진 안티 ESG 흐름과 비슷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SSGA 등 빅3 자산운용사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례가 있었다. 석탄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여 친환경 투자 성과를 극대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3개사는 투자 펀드에서 ESG라는 이름을 빼는 등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거스르지 않는 조치를 취해왔다.
이뿐 아니라 기후행동100+, 넷제로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NZAMI) 등을 압박함으로써, 메이저 투자자들이 잇따라 이들 조직을 탈퇴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EU의 지속가능성 법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법과 정치적 압박을 따를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기업일수록 양쪽의 규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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