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글로벌 무역질서를 재편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놓고 불공정·보호무역이라는 인도의 비판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정책 추진을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회의에서 EU가 CBAM 방어 논리를 강하게 펼치며 인도의 반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이 조치가 기후정책과 무역정책의 충돌을 상징하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인도는 EU로의 철강·알루미늄 수출 비중이 높아 톤당 약 3.1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대표적 노출국으로 분류된다 / 이미지 출처 CSEP(Center for Social and Economic Progress) 'India's CBAM Challenge: Strategic Response and Policy Options'
인도는 EU로의 철강·알루미늄 수출 비중이 높아 톤당 약 3.1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대표적 노출국으로 분류된다 / 이미지 출처 CSEP(Center for Social and Economic Progress) 'India's CBAM Challenge: Strategic Response and Policy Options'

 

EU “CBAM은 처벌 아닌 탄소누출 방지”…점진 도입 정당화

EU의 CBAM는 올해 단계적 도입을 거쳐 2026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며, EU의 탈탄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에서 생산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탄소 누출 위험이 높은 수입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기후담당 집행위원 보프케 후크스트라는 CBAM이 탄소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도구이며 처벌적 무역장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진적 도입 방식을 옹호하며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관세가 아니라, 더 깨끗한 제조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CBAM이 수출국의 저탄소 전환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무역 갈등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CBAM이 기후정책과 통상정책을 동시에 건드리는 만큼, 실제 설계·운영 방식이 향후 국제 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인도 “20~35% 부담금 불가”…면제 요구에 EU는 일축

반면 석탄 기반 전력 비중이 높은 인도는 CBAM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연구이니셔티브(GTRI)에 따르면 인도 철강·알루미늄 수출기업은 EU 수출 시 최대 20~35% 수준의 국경 탄소조정 부담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제도 시행 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국가로 거론된다.

FT에 따르면 EU 관리들은 인도가 요구한 ‘전면적 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인도가 자국 내 탄소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자발적 탄소정책을 마련할 경우 CBAM 부담을 낮추는 방안에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EU와 인도가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CBAM은 기후목표와 공정무역 원칙이 어느 수준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국제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인도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 수출기업들도 유사한 부담에 직면하게 되는 만큼, 향후 협상 결과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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