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가 때 아닌 '나비 효과'를 일으키며, 물류센터 리츠(REITs) 상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ESR 켄달스퀘어리츠가 보유한 물류센터의 49%를 쿠팡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과 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이다. 주주는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고 임대료를 통해 배당을 받기 때문에, 높은 수익과 안정성 때문에 해외에선 보편화된 투자방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대세인 물류센터를 비롯해 주유소, 오피스, 주거시설 등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가 상장돼 있으며, 13개 중 지난해에만 6개 리츠가 신규 상장할 정도로 최근 부각되고 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국내 최초 물류센터 리츠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임차인 비율이 50%이고, 배당수익률이 4.6%에 달한다. 글로벌 물류리츠의 경우 임차인의 20%만이 이커머스이고 배당수익은 2%대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리츠의 경우 해외에 비해 이커머스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쿠팡은 30개 지역 100개 물류센터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발간된 삼성증권 보고서 ‘쿠팡 상장이 물류센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경자 연구원은 "물류 리츠(REITs)가 이커머스의 사업 확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을 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ESR 켄달스퀘어리츠도 편입 자산이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는 다른 업종에 비해 임대차 계약 기간이 길고 넓은 면적의 센터를 사용한다. 특히 쿠팡은 이커머스 중에서도 임대차 기간과 사용 면적이 넓은 물류센터를 사용한다. ESR 켄달스퀘어리츠는 쿠팡의 사업 이익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주주 배당금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해외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2배나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국내 물류리츠는 쿠팡 화재를 계기로 'ESG 리스크'를 인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화재 이후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향후 기업과 리츠들은 보유한 자산이나 경영 활동이 ESG 기준에 위배될 경우 존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투자자 역시 이를 중요한 투자기준으로 삼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국내 물류센터는 타 부동산보다 화재 시 피해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지난 2~3년간 물류센터 보험료가 2배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실제, 17일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물류센터의 관리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 경보기가 울렸지만 대피방송 같은 관리자의 조처가 없었다고 했다. 화재를 목격한 노동자는 “휴대폰을 소지한 직원에게 뛰어가 화재를 알렸지만 직원은 119에 신고하지 않고 알아서 할 테니 퇴근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화재 이후 사고처리 등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전망이다. 화재 현장 인근의 덕평1리 주민들은 눈 따까움과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화재로 발생한 검은 재가 차량, 농작물, 토양 피해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주민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해 전용 신고전화를 통해 피해 신고를 접수중이다. 쿠팡은 “접수된 피해 사례를 심사해 주민 피해를 보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강한승 대표이사는 공식입장을 내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 사임과 쿠팡 불매 운동도 커지고 있다.
이경자 연구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지 수익률뿐이 아닌 시설물의 안정성 등 엄격한 ESG 준수 여부가 최근 부상하는 물류리츠에 요구되는 투자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