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Lego) 그룹은 향후 2년 이내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레고 블록을 출시하겠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3년 간 레고는 4억 달러(4532억원)를 투자해 250개 재활용 재료로 레고 블록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이중 플라스틱 페트병이 기존 레고 블록의 내구성과 기능을 최대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적으로 1리터 플라스틱 병으로 10개 이상의 4X2 크기의 레고 블록을 만들 수 있었다. 레고 그룹은 색상 추가, 체온 검사, 안전 및 내구성 테스트, 제품 모양 등을 거쳐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레고 그룹의 환경 책임 부사장인 팀 브룩스(Tim Brooks)는 “지난 60년 동안 레고의 부품과 요소에 맞는 새로운 재활용 재료를 찾아 혁신하겠다”며 “기존 벽돌만큼 견고하고 우수한 품질의 친환경 블록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고는 매년 3500개 종류의 수천억 개의 레고 브릭을 제작해 판매한다. 전체 레고 제품의 80%는 원유를 원료로 한 버진(virgin) 플라스틱인 ‘ABS’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다. 이 성분은 고강도, 가공 용이성이 있는 중합체로 레고 블록이 단단히 붙을 수 있게 한다.
최근 고객과 환경 단체들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설계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레고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세웠고, 2018년부터 지속 가능한 사탕수수 원료인 바이오폴리에틸렌(바이오-PE)으로 나무, 나뭇잎, 인형용 액세서리와 같은 작은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천연 재료로 만든 레고는 현재 5%에 불과하다.
레고는 ‘2030년까지 모든 핵심 제품을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겠다’는 회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재활용 페트병, 천연 물질 등 지속가능한 재료 부품의 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레고에 따르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매년 약 120만 톤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활용 재료를 얼마나 많은 브릭에 포함시킬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초기에는 청량 음료수 병을 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해양에서 회수된 플라스틱은 너무 퇴화되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레고 블록처럼 내구성이 강하지 않아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깨끗한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고 추적이 용이한 식품 및 음료 페트병을 먼저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나아가 벽돌 염색에 사용되는 색소도 유분이 아니라 천연 염색이 가능한 색소를 활용할 예정이다.
팀 브룩스 부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들이 기존 레고와 재활용 재료로 만든 레고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두 종류의 레고 블록이 서로 호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레고 블록은 잘 맞물리고 쉽게 분리되어야 할 뿐 아니라 뜨거운 물에도 변형이 없어야 한다”며 “색이 고르고 광택이 좋아야 하고 맞물릴 때 심지어 특정한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재료 선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환경 운동가들은 레고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단순히 환경 문제의 기본 해결책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 환경 운동가 카밀라 제르(Camila Jerr)는 “레고는 사람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레고는 “앞으로 1년 동안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연구하고 여러 테스트 과정을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재활용 레고 블록을 만들 것”이라며 “블록 뿐 아니라 장난감, 포장지의 친환경 재료도 개발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