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경직된 조직 문화 고치겠다” 했지만 책임에 대해선 선 긋기도
국내기업, DJSI 지수 등에서 인권보호·노동관행 글로벌 수준 못미쳐

지난 3월, 오리온 익산공장에 다니던 서모(22)씨는 입사한 지 2년 만에 직장 내 따돌림과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씨는 유서에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오리온은 사람 다닐 곳이 아니다”라며 “그만 좀 괴롭혀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숨지기 얼마 전인 2월 말부터는 업무 외 시간에도 시말서 작성을 반복적으로 강요받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유언비어·폭언 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상급자 2명이 성희롱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리온은 이에 지난 5월 “회사 내부 조사를 통해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사측의 조사가 부실하다”며 반발했다.

이에 지난 6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오리온에 특별근로감독관을 투입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개정 후 첫 특별근로감독이다. 고용노동부는 “서 씨의 상관이 서 씨에게 시말서 제출을 요구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오리온 익산공장의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지도 및 권고 조치를 내렸다.

오리온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위반한 첫 사례가 될 뻔했지만 권고 조치로 마무리 돼 가까스로 오명은 벗을 수 있었다. 오리온 측은 근로감독이 끝난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망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외부 기관과 연계한 ‘근로자 심리 상담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용노동부 권고에 따라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혁해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말서 처분은 본사 차원에서 내려지는 인사 징계이며, 현장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일탈적 행동임을 강조했다. 사측의 책임여부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오리온, 사회적 책임 부문 꾸준히 'B등급' 하위권 

대신경제연구소는 “오리온은 사회 영역에서는 B+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 관리 점수는 전체 평균 및 업종 내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며 조직문화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오리온 사회(S)등급 현황/대신지배구조연구소
오리온 사회(S)등급 현황/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오리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사회 부문에서 B등급 이하로 평가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각 ESG 등급 및 ESG 통합등급은 S, A+, A, B+, B ,C ,D 7등급으로 구분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오리온 홀딩스 ESG 등급 평가/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오리온 홀딩스 ESG 등급 평가/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영지수(DJSI) 한국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이 큰 폭으로 향상되고 있으나, 인재유치 및 인재개발 같은 부문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진 기업에 비해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ESG 중 S(Social) 항목의 점수가 낮았다. DJSI World 편입 기업과 우리 기업의 평균 점수를 비교한 결과, S에 해당하는 노동관행·인권보호·인재유치·인재개발·사회공헌 항목들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유치의 경우 글로벌 71.8점/ 국내 60.2점, 인재개발의 경우 글로벌 71.9점/국내 63.7점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2019 DJSI 국내 기업의 부문별 성과/한국생산성본부
 2019 DJSI 국내 기업의 부문별 성과/한국생산성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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