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무부 장관 리시 수낙(Rishi Sunak)은 넷제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150억 파운드(23조 5152억 원) 규모의 녹색 채권 계획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리시 수낙 장관은 젊은 지도자와 CEO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영국의 금융 산업을 혁신하고자 하는 정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영국 정부의 녹색 금융 계획을 소개했다.
영국 정부가 발행할 예정인 녹색 채권의 수익금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모두 사용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최소 2개 이상의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인프라조성, 녹색일자리 창출, 기후변화 적응, 에너지 효율, 재생 에너지, 청정 교통, 기후 변화 적응 등 다양하고 넓은 범주의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소비자들도 국민저축투자(NS&I)제도를 통해 최소 100파운드(15만6768원)에서 최대 10만 파운드(1억5676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이자를 받으면서 탄소 제로 버스, 해상 풍력 등 저탄소 프로젝트나 생물다양성, 나무 심기 등 천연 자원을 증진시키는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ESG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인 연금 저축 상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난해 영국 개인 저축자들은 ESG 펀드에 월 평균 10억 파운드(1조 5676억원)를 투자했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나아가 영국 정부는 녹색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 결과도 보고할 예정이다. 일자리와 같은 여러 경제적∙사회적 편익을 보고함으로써 글로벌 녹색 금융의 선례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투자 데이터를 통해 프로젝트별 투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정부의 녹색 금융 계획을 접한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금융 당국 및 영국 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2022년 말까지 녹색 투자 및 채권 상품 발행, 녹색 성과 공시 등 녹색 금융 산업을 만들기 위한 정부 지침을 발간하고, 2025년까지 시행할 것을 권장했다.
이에 리시 수낙 장관은 금융 당국과 협력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성과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인증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보험 및 자산관리사 아에혼(Aegon) 연금 책임자인 케이트 스미스(Kate Smith)는 “영국 정부는 친환경 투자를 통해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그린 저축 예금상품은 저렴한 투자금액으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어 금융 산업의 새로운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낙 장관은 기업과 조직이 환경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는 ‘통합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Integrated Sustainability Disclosures Requirements)’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기업들은 기후, 환경 성과뿐 아니라 비즈니스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험과 기후에 대한 영향력을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민간기업들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에 따라 기후 위험 요소를 공시하는 법적 요건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시 의무는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기금(WWF) 타냐 스틸(Tanya Steele) 대표는 "영국이 녹색 금융을 주도하려는 정부의 포부는 환영할 만하지만, 지속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녹색 채권과 같은 단편적인 투자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배출 규모를 감안하면 금융 기관의 자발적인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기업의 환경 영향 의무 공시도 중요한 진전이지만 모든 금융 기관이 파리 협약 목표에 따라 기업 활동과 사업을 조정해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강력하고 새로운 의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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