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의 영국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은 탄소 중립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 권한을 지역 당국에 부여하고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넷제로 지역 법안(Net Zero Local Powers Bill)'에 13일(현지시각) 서명했다.
이들은 중앙 정부보다는 지역 정부가 배출량 감축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 맨체스터, 리버풀, 글래스고, 웨스트미들랜즈 등으로 영국 전역의 주요 도시뿐 아니라 캠브리지, 콘월 등 소도시 시장도 공동 서명에 함께 참여했다.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이번 법안 시행으로 탄소 감축 관련 자금 지원과 지역 권한을 제공하면 지역 내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들은 "지역 에너지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에너지, 교통 및 건설 환경 등 주요 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지역적 권한과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전기 자동차 충전 네트워크(EV) 및 에너지 혁신 구역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과 저탄소 기술을 높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과 에너지 인프라 기업 간 협력 강화, 생물다양성 등 환경 법안 추가, 에너지 인프라 직접 투자 등도 포함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 및 교통수단은 영국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 원인이다.
글래스고 시의회 의장인 수잔 아이켄(Susan Aitken)은 "이번 법안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뿐 아니라 직업, 가정,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실현하기 위해 지역 경제를 재편하기 위함”이며 “각종 자원과 기술을 확대해 국가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90억파운드(14조원)를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가령 가정집에 에너지 효율 개선 인프라를 설치하면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그린 홈스 그랜트'(Green Homes Grant)는 20억 파운드(3조16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에너지 기술 및 가정용 인프라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 그린 홈스를 위해 집행된 비용은 2억 파운드(3169억원) 미만으로 전체 예산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영국 녹색 건축 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0)를 달성하려면 영국의 약 2900만 가구의 건물 에너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현재까지 인프라를 설치해왔던 가구 대비 1.8가구 이상 개조해야 하며, 지역 정부와 지역 내 여러 주체들이 협력해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시장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넷제로 관련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되면 효율적 예산 집행 및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할 것”이며 “주택과 건물 내 탄소 제거를 위한 프로젝트를 일관되고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시 지역 당국은 영국 인프라 은행(U.K. Infrastructure Bank)에 지역 우선 투자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차원에서 넷제로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투자 가능한 사업을 개발하고, 기업∙금융기관 등 민간 투자도 함께 활용해 자금의 확장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법안은 상원에 계류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