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열풍을 맞아 많은 기업들이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했다.

하지만 알 고어(Al Gore) 전(前) 미국 부통령은 현재 자신이 대표로 있는 ESG 투자사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Generation Investment Management)의 2021년 지속가능성 트렌드 보고서(Sustainability Trend Report)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선언 후, 낮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활동만을 보이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져만 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앨고어 전 미 부통령이자 ESG 투자사인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대표/ algore.com 캡처
앨고어 전 미 부통령이자 ESG 투자사인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대표/ algore.com 캡처

 

"2050 탄소중립 앞서 2030년 50% 감축목표 세워라"

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목표 수립 후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다"면서, "단순히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한다. 30년 후인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선언만 할 뿐, 단기적인 행동계획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기업의 장기적 기후변화대응 목표와 단기적 행동 계획간에 큰 간격이 존재한다"며 "205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감축 50%를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많은 기업들 중 세부달성과정이나 단기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기업들은 굉장히 많다. 클라이밋액션(Climate Action) 100+ 이니셔티브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159개 글로벌 기업을 조사한 결과, 약 53%의 기업은 탄소중립에 대한 단기적 목표나 행동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배출 직접 감축 아닌, 상쇄(offset) 활동은 올바른 방향 아냐" 

또한 보고서는 실질적인 탄소배출감축이 동반되지 않은 탄소배출 상쇄(offset) 활동은 올바르지 않은 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앨 고어는 "탄소중립에서 '중립'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이 편법이나 요행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기업의 탄소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기업들의 2030 탄소중립 선언 뒤에는, 탄소배출을 100% 줄이기보다 개도국 나무심기와 같은 상쇄활동이 상당수 포함되는데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앨 고어는 탄소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공인된 탄소배출 상쇄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그 역할이 제한적이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탄소배출 상쇄는 탄소중립의 부차적인 역할만을 맡아야 한다"며 "탄소배출 자체를 줄이려고 하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배출 상쇄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이러한 탄소배출 상쇄에는 명확한 한계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로얄더치쉘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삼림 복원 활동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선 무려 7억 헥타르 (브라질의 국토면적 크기) 삼림이 2050년 이내에 복구되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벌 GDP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넷제로 선언을 했다./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보고서 
글로벌 GDP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넷제로 선언을 했다./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보고서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홍수 등의 재난이 발생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이 더욱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앨 고어는 섭씨 49도의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마을 대부분이 사라진 '캐나다 리턴 화재' 사건을 예를 들었다. 그는 "기후 변화가 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나는 우리가 파멸적 피해를 입기 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를 위해선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과 단기적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고 기업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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