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조 달러 굴리는 615개 기관 투자자 모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 등 탄소 감축에 대한 입장 요구

 

기후변화를 촉구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기관 모임인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이하 CA 100+)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CA 100+는 최근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 지표를 기업 평가에 추가한다고 RI 등 현지미디어가 밝혔다. 

CA 100+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 세계 3대 연기금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등 전 세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15개 투자기관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만 55조 달러, 우리 돈으로 6경 5000조원에 이르며, 세계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지난 3월 CA 100+는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159개 기업을 대상으로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들에 관한 평가를 발표했다. 당시 결과보고서를 보면, 넷제로 약속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기업도 신뢰할 수 있는 전환 전략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0가지 지표 중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은 지표 개발을 진행중이어서, 평가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전환 지표에는 4가지 영역이 포함되는데, ▲인식(Acknowledgment) ▲약속(Commitment) ▲참여(Engagement) ▲행동(Action) 등이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탈탄소화'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직원)을 유지, 재교육, 재배치 혹은 보상하기 위해 약속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포함된다.

CA 100+는 기업들의 회계관행이 2050(혹은 그 이전) 넷제로 탄소배출 경로에 대한 글로벌 움직임의 영향을 반영하는지를 살펴보는 새로운 '잠정' 지표도 개발됐다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와 비영리기관인 기후회계 프로젝트(Climate Accounting Project)가 개발한 이 지표가 포함될지는 내년쯤 검토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CA 100+는 내년부터 벤치마크 2.0버전에 대한 작업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공정한 전환' 지표는 내년 3월 발표되는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2022년 3월 평가에서는 IEA(국제에너지기구)의 1.5도 시나리오를 이용한다고 했다.  

 

CA 100+, 한국 탄소중립위 서한 보내 

한편, CA 100+에서는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 위원장 앞으로 탄소 감축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탄중위에 보낸 서한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하나는, ‘탄소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 제시’다. CA 100+는 한국 기업들이 국제 규범에 따라 탄소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 규범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IEA Net Zero 2050)’로, 이는 선진국의 경우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하나는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 논의 요청’이다. CA 100+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없애는 추세인데, 한국은 새 석탄발전소를 짓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새로운 석탄발전소 건설은 탄소 감축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탄중위가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를 하루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서한 작성을 주도한 박유경 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는 “한국은 선진국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인데, 기후위기 대응에 첫걸음을 떼지도 않았다고 느꼈다”면서 “이걸 해결하려고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감축 선언만 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유경 총괄이사는 CA 100+ 차원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탄소 배출과 관련한 한국 대표 기업 10곳을 추려 접촉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탄소 배출과 관련한 한국 대표 기업 10곳에 삼성전자와 LG전자, LG화학 등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서한이 주는 무게감, 기업에 적잖은 영향 미칠 것

CA 100+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한국 기업을 접촉해 탄소 감축 등을 요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CA 100+로부터 탄소 감축 요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CA 100+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 세계 161개 기업에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로 줄이라는 방안과 계획 수립을 공표하도록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는데, 그 서한에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서한을 받은 탄중위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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