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P(일반특혜관세제도) 수혜국이 노동 및 환경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지속 가능성 기준을 강화할 것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Valdis Dombrovski)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FT와 인터뷰에서 무역 정책의 환경 기준을 강화할 것을 27일(현지시각) 시사했다. EU는 표준 양자 협정에서 '무역 및 지속가능 발전'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데,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이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환경 조건을 강화할 뜻을 보인 것이다.
"EU 규정에 맞는 국가에 무역 특혜 제공"
일반특혜관세제도(GSP, 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는 최빈국이나 개도국이 무역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제도다. GSP 수혜국가는 규정을 지키는 조건으로 수출 품목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 등 특혜 관세를 적용받는다.
EU는 특혜관세제도를 조건에 따라 EBA, GSP, GSP+로 나눠 운영한다.
EBA(Everything But Arms)는 최빈국에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면세 특권을 준다. 다만, EU는 수혜국이 인권 및 노동권 등 국제 협약을 위반하면 혜택을 제한한다.
지난해 2월 EU는 EBA 수혜국 중 캄보디아가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명시된 인권 원칙을 ‘심각하고 체계적인 위반’을 했다는 이유로 EBA 관세 특혜 일부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EBA 수혜국가는 48개국이다.
GSP 수혜국은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로 구성됐고, 이들은 관세의 일부 또는 전체를 면제받는다. 다만 수혜국은 GSP 규정에 적시한 인권 및 노동권에 관한 15개 핵심 협약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현재 15개 국가가 GSP 혜택을 받고 있다.
GSP+ 역시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로 구성됐다. GSP+ 수혜 국가는 충족해야 할 조건이 조금더 까다롭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좋은 거버넌스, 인권, 노동권, 환경 보호에 관한 27개 국제 협약을 ‘비준’하고, 이행상황을 ‘모니터링’ 받는다. 8개 국가가 GSP+ 혜택을 받고 있다.
무역 정책 환경 기준 강화 시사...
GSP를 GSP+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역 정책 개선을 포함해 EU의 모든 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위원장은 이어서 “GSP 및 GSP+ 수혜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라며, “기준 준수가 미흡한 경우, 혜택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FT는 부위원장의 발언이 GSP를 GSP+ 수준으로 요구사항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T는 부위원장의 생각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무역 협정에 구속력과 제재가 가능한 환경 및 인권 기준을 도입하면, WTO 협약을 위반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부위원장의 생각은 EU의 기존 무역 정책 입장과 반대 방향에 있고, GSP 조건이 높아지면 특혜 관세 취소 처분을 받는 국가가 많아질 것으로 봤다. 또한 EU가 무역 정책에서 환경 기준을 강화할 정치적 당위성은 커지고 있으나, 특혜를 받는 개도국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U의 무역 인권, 환경 기준 강화
한국에 어떤 영향 있나
EU 집행 위원장이 GSP 요구 조건을 강화하면, GSP 혜택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3년 미얀마와 맺은 무역투자 기본협정9(TIFA)의 효력을 중지하고, 미국의 일반특혜관세(GSP) 혜택을 철회할 방침을 밝혔다. 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살해 행위가 벌어지고 있고, 미얀마 상황을 고려해 GSP 재승인을 결정하겠다"라는 GSP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EU도 미얀마에 GSP 철회 압력을 점점 강화했다고 미국의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를 통해 밝혔다. GSP 철회 조치로 미국이나 EU에서 발주되는 물량이 크게 줄면, 현지 국내 봉제기업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업계 지적이 있었다. 지난 4월 포스코강판(C&C)도 97년에 세운 미얀마 법인 철수를 선언했다.
EU와 한국은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는데, 우리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남북 분단 등 국내 상황을 이유로 8개 핵심 협약 중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EU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의 발언이 실제 EU 무역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EU와 무역하는 국내 기업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