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40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캄보디아에 부여된 EBA(Everything but arms) 특혜를 부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서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캄보디아 의류·신발·가방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BA(Everything But Arms)는 UN이 지정한 세계 최빈국에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모든 상품에 무관세·무쿼터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세율을 철폐 또는 인하해 주는 제도인 GSP(Generalised Schembe of Preferences) 중 하나로, 캄보디아 이외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 등 48개국이 혜택을 받고 있다. GSP 규정에 따르면, 수혜국이 UN과 ILO 협약 등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일부 또는 전체 특혜를 중단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EC는 "캄보디아의 표현의 자유·시민의 정치적 권리·토지 분쟁·노동권 약화가 심각하다"며 작년 2월부터 캄보디아에 부여된 EBA 권리를 철회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EC는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 및 유럽연합(EU)과 맺은 EBA 협약의 이행을 모니터링한 보고서 등을 검토했다. 캄보디아는 이를 소명하기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지난 7월 25일 발표를 통해 EC는 8월 12일 자로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특혜 철회를 발효하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1년만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EC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은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되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면 EBA 특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U는 2018년 기준 캄보디아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캄보디아는 전체 상품의 95% 이상을 무관세로 수출해 수년 동안 EBA 수혜국 중 방글라데시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EU의 추정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캄보디아의 수출액은 56억유로(한화 약7조8627억원)에 달한다.

이번 EU의 조치로 캄보디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이 대부분 의류 및 신발 등 캄보디아의 주요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관련 제품 수요가 대폭 감소해 이미 많은 공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단행돼 제조업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동을 중단한 공장은 450개, 폐업한 공장은 83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또한 로힝야족 집단 학살 의혹과 관련해 미얀마에 대한 EBA 관세 특혜 철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국 또한 ILO 비준으로 EU와 마찰

EU의 노동권 대응 수위 높아져

한국 수출에 타격 미칠 수도

한국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EU와 마찰을 빚고 있다.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우리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남북 분단 등 국내 상황을 이유로 8개의 핵심협약 중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특히 한-EU FTA는 EU가 환경·노동 관련 조항을 넣어 체결한 첫 FTA이기 때문에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 더욱 강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2018년 EU는 캄보디아의 EBA 협약 이행 노력 정도를 모니터링 할 때 “한국에서 (ILO 비준과 관련된) 걱정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가 공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좀 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U가 비준을 요구하는 ILO 협약 내용은 3가지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협약(87호)

노동자는 어떤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한 고용 거부 등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강제노동 협약(29호)

모든 형태의 강제근로를 금지한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미뤄온 것은 FTA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2018년 12월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따라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작년 7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갔다.

올해 초 전문가 패널은 서면 심리를 마쳤고, 현재 대면 심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패널에서 한국이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EU는 한국을 상대로 수출입 물량 제한과 같은 불이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중국·미국에 이어 제3위 수출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K-stat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수출액은 약 5조6117억유로(한화 약 7878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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