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투자 비중은 전체 기부금의 2% 미만
앞으로 친환경 경제 지원할 것

하버드대 학생들이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Divest Harvard 홈페이지
하버드대 학생들이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Divest Harvard 홈페이지

 

미국 하버드대학 기부금 펀드 운용사가 앞으로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고 친환경 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총장이자, 하버드대학 기부금 펀드를 운용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의 래리 바코우 대표는 9일(현지시각)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지를 통해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업체에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에도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버드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기부금이 많은 대학으로 꼽힌다. 하버드대학 기부금 펀드의 운용 자산은 대략 419억달러(49조원)로 추산되는데, 이 중 2%만이 화석연료에 간접 투자된다. 래리 바코우 대표는 “탄소 없는 경제의 필요성과 기부금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감안할 때 화석연료 투자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털어놓으면서 “현재 화석연료 투자 비중은 2% 미만이며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디베스트 하버드' 조직 설립 후 최근엔 소송까지 

하버드대학 기부금 펀드 운용사의 이번 화석연료 투자 중단 선언은 하버드대학 동문과 재학생이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하버드대학 동문과 재학생은 10여 년 전부터 하버드대학 기부금을 화석연료 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2012년 8월 ‘디베스트 하버드(Divest Harvard, 하버드 투자철회)’란 학생 조직은 캠퍼스에스 정기적으로 시위를 벌이며, 학교 이사회마다 이사들에게 설득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2013년 하버드 최초의 여성총장이던 드루 파우스트는 학내 공개서한을 통해 투자 철회 불가를 선언했고, 이에 언론들은 하버드대가 1999년 이후 기후변화 관련 의회 로비에만 20억 달러 이상을 썼다며 비판에 나섰다. 졸업생들의 편지도 빗발치면서, 결국 2014년 하버드대는 대학 최초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 하버드의 투자결정에 친환경 자문을 받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어 2017년 하버드 매니지먼트는 "투자 결정에서 환경 요인을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쪽으로 투자 운용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동문과 재학생의 목소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화석연료 투자 중단과 관련한 하버드 매니지먼트의 대응이 늦은 것에 대한 불만은 점점 커졌다.

2019년 11월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를 호소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미국 하버드 대학과 예일 대학이 매년 벌이는 미식축구 친선 대항전 경기장에 난입하는 바람에 경기가 30분 정도 지연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결국 지난 3월, 하버드 동문과 재학생은 법원에 8억3800만달러로 추산되는 화석연료 관련 자산을 강제 매각토록 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소송까지 등장하자, 마침내 하버드대학 기부금 펀드 운용사는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는 10여 년 가까이 지속된 하버드대 동문 및 재학생과 하버드 매니지먼트 사이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단체 중 하나인 ‘디베스트 하버드(divest Harvard)’는 트위터를 통해 "기후변화 운동과 세계에 대한 거대한 승리이자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일격"이라고 환영했다. 

 

하버드대 이전에 예일대도 화석연료 투자 중단 선언

한편, 대학 기부금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은 비단 하버드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하버드대에 앞서 캘리포니아대, 영국 캠브리지 대학 등도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 3월엔 럿거스뉴저지주립대학이 앞으로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 달 뒤인 4월에는 예일대학이 ‘윤리적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대학의 친환경적 투자에 힘을 보탰다. 예일대학의 윤리적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일대학의 투자를 받으려면 각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야 하며, 기후 변화를 늦추려는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10대 공공 연금펀드는 여전히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에 의하면 그 투자 규모는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10대 공공 연금펀드 운용 자산의 약 9%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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