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이뤄진 OECD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사무총장은 “2022년까지 ‘전환금융에 관한 정의, 원칙, 실사 지침’을 갖춘 정책기조를 개발하고, 책임 있는 기업 행위에 관한 글로벌 모범사례를 위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6월 개정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이 해외 진출국의 노동, 환경, 소비자보호 등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높이고,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국제 행동규범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각 국가별로 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통해 이행문제를 처리함으로써, 실질적인 국제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ESG와 탄소중립이라는 기후전환시대에 맞는 기업 책임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코만 사무총장은 이날 회담 개회사를 통해 ESG 등급과 분석에 대한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단편적인 접근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ESG 등급이 너무 다양해, 자본의 효과적인 가격 책정을 방해하고, 시장이 넷제로로 가는 경로로 조정하는 속도를 (오히려) 늦추고 있다”며 “우리의 보고서는 주요 ESG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점수가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환경 점수는 탄소배출량 및 탄소강도 점수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E(환경) 점수가 높은 일부 기업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은 기존의 시장 벤치마크보다 더 높으며, 게다가 ESG 평가등급이 향후 닥치게 될 기후 전환 계획은 포함할 수 있겠지만, 기업 이사회를 모니터링하고 관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도전에 직면에, 정책당국에서는 시장 관행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만 사무총장은 또 ‘탄소 누출과 무역 긴장과 같은 비생산적인 왜곡을 피하면서도, 국가별로 야심찬 기후 조치를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탄소가격(carbon pricing)책정에 관한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ESG등급제공기관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레미 브리안드(Remy Briand) MSCI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ESG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공시를 개선하고, 등급평가업체들을 위한 ‘모범사례’를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기업 중 40%가 스코프1(Scope1, 직접배출), 스코프2(Scope2, 구매전력배출)의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이 데이터 공개수준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공시 투명성을 더 높일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SG 등급평가기관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규제당국은 모든 ESG데이터 제공업체들에 대해 의무 규제의 적용을 받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EU의 금융규제당국인 ESMA는 유럽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ESG평가 등급시장에 대해 ‘이해충돌과 비효율’이라며 규제하라고 지지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에선 7월 이와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한편,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OECD 보고서 2개가 함께 제출됐는데, 하나는 금융시장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책 시사점을 담은 보고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ESG투자와 기후변화(G20 지속가능금융 실무그룹을 위해 개발된 시장관행 및 이슈, 정책 고려사항)을 담은 보고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스티브 웨이굿 (Steve Waygood) 아비바(Aviva)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후변화는 ESG등급이 아니라 탄소 가격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탄소가격은 현재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 노력에서 누락돼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탈탄소 전환에서 탄소가격 책정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가장 큰 시장 실패는 자본 비용이 탄소 비용을 전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정부 정책을 통해서만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글로벌 탄소가격 책정 시스템은 비용 차이가 상당하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73달러대인데 비해, 중국 배출권 가격은 7달러 정도로 10분의 1밖에 안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전 세계 배출량을 50% 줄이려면 톤당 100달러 이상(12만원)의 탄소가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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