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Mic)은 기후 행동까지 포괄하는 기후그림자가 탄소발자국을 대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픽사베이
믹(Mic)은 기후 행동까지 포괄하는 기후그림자가 탄소발자국을 대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픽사베이

미국 신흥 미디어 믹(Mic)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보다는 기후 그림자(Climate Shadow)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믹은 탄소발자국에는 기후 변화 완화 목적의 기후 행동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기후 그림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ㆍ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해 남겨지는 흔적을 추적한다는 의미의 탄소발자국과 달리, 믹이 제안하는 ‘기후그림자’는 사물 뒷면에 항상 따라붙는 그림자처럼 한 개인의 생활 속에 따라붙는 모든 기후 영향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믹은 하나의 예시를 든다. 매주 일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과 원룸에 살면서 매일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자. 이 둘 중에서 탄소발자국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사람은 누구일까? 표면적으로는 매주 비행기를 타는 사람일 것이다. 항공 산업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그림자로 볼 때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주 비행기를 타는 사람은 기후 전문가로 기후변화 위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완화 연구에 힘쓰는 반면, 걸어서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의 경우 석유 판매 광고업을 담당한다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은 한 개인 또는 상품이 발생시킨 탄소만 측정하는 한편, 기후그림자는 전 과정에 따라붙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기후 영향도까지 파악해 제시하는 것이다. 즉, 긍정적인 기후 행동이 증가할 때 탄소 배출도 줄어들 수 있기에 행동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은 2006년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POST)가 ‘생태발자국’을 모방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의 의미로 최초 제시하면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의식주를 위해 소비되는 토지의 총 면적을 나타내는 것으로, 1996년 경제학자인 마티스 웨커네이걸(Mathis Wackernagel)과 윌리엄 리스(William Rees)가 제안한 개념이다.

그런데, 탄소발자국이 영국 석유회사인 BP의 마케팅 산물이라는 사실이 최근 미국 미디어 플랫폼인 매셔블(Mashable)의 마크 코프먼(Mark Kaufman) 과학 전문기자에 의해 밝혀졌다. 2004년 BP는 홍보 전문가를 고용해 ‘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공개함으로써, 먹고 이동하는 등의 일상생활에서 한 개인이 얼마나 환경에 유해하게 하는지 가늠하는 ‘탄소발자국’ 개념을 대중화시켰다.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이 자연스럽게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게 된 계기다. 이같이 마케팅에서 출발한 탄소발자국은 탄소 배출의 영향도까지 측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믹은 지적한다. 또한, 개개인의 영역으로 이동한 탄소발자국은 집단 행동으로 달성해야 하는 기후변화 문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지난달 1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세계를 ‘재앙적인 경로(catastrophic pathway)’로 몰아 놓은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보다 포괄적인 지표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점에서 개개인의 행동이 기후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포괄하는 기후 그림자가 탄소발자국을 대체해야 한다고 믹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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