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부근에 수소공장 건설을 주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홈페이지
홍해 부근에 수소공장 건설을 주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홈페이지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들이 수소생산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소를 놓고 경쟁하는 중동국가는 석유 생산의 대표적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하 UAE)다.  

먼저 UAE는 이집트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 수소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집트는 24일 UAE의 아부다비 미래 에너지 회사(일명 마스다르, Masdar)와 협력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성명서에서 “마스다르와 핫산 알람(Hassan Allam) 유틸리티가 수에즈 운하 경제수역과 지중해 연안에 그린 수소 생산공장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간 최대 48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에너지회사인 핫산 알람(Hassan Allan)은 국내 두산중공업과 해수담수화 개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기업이다. 

암르 알람(Amr Allam), 핫산 알람 홀딩스 사장은 “사업 1단계에서 2026년까지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수에즈 운하 저장소를 위해 연간 10만톤의 친환경 에탄올을 생산하려고 한다”고 UAE국영통신에 말했다. 이들은 재생가능한 전기를 물에 통과시켜 산소와 원소를 분리함으로써 그린수소를 얻을 계획을 갖고 있다. 

암르 알람 사장은 “수에즈 운하 경제수역과 지중해의 전기분해설비를 2030년까지 최대 4기가와트(GW)까지 확대해서 수출용 암모니아 239만 톤을 생산하고 지역 산업용 그린수소를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의하면 UAE의 에너지부 장관인 수하일 알 마즈루이(Suhail al-Mazrouei)는 지난 1월 세계 연료 시장의 약 4분의 1을 UAE가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UAE의 이웃국가이면서 수소에너지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북서쪽 해안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소발전소 건설을 진행 중이다. 북서쪽 해안은 홍해(Red Sea) 근처로 일년 내내 햇빛과 태양 전지판과 풍차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 발전소는 친환경 수소 650톤을 생산할 계획으로, 목표가 달성되면 세계 최대 수소공장이 된다. 수소 생산은 2026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소 생산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경제를 다양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2021년 전체 예산에서 수입의 60%를 석유로부터 조달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세계의 화석연료 수요 변화에 맞춰 수입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 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소는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의 12%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그린 수소는 어디에서나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수소 시장이 예상대로 2050년까지 6000억 달러(800조원) 규모로 커질 경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영국 컨설팅 회사인 우드 멕켄지(Wood Mackenzie)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드르 아라만(Alexandre Araman)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 모두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소공장은 미국계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와 사우디 ACWA파워, 넴(Neom) 컴퍼니가 2020년에 합작한 회사다. 그러나 이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주요동력원은 PIF(Public Investment Fund) 펀드다. 이 펀드는 모하메트 빈 살만 왕세자가 주재하는 5000억 달러(7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다. 

PIF펀드는 이 공장 뿐만 아니라 지난달 삼성과 포스코 등 두 개의 한국기업과 수출을 겨냥한 수소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에도 문제점은 있다. 콰마 에너지(Qamar Energy) 컨설팅의 로빈 밀즈(Robin Mills)는 FT에 “진짜 문제는 비용”이라면서, “고객들이 과연 높은 가격을 지불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소는 수송과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석유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중 누가 수소 우위를 점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두 국가는 지난해 6월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석유생산량을 놓고 의견이 충돌해 OPEC회담이 취소되기도 했었다. 향후 수소 부문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 

한편, 다른 나라들도 수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수소 시장의 20%를 차지하려고 하고, 오만과 모로코 등도 모두 수소 공장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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