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낮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에 대해 블룸버그가 우려스럽다는 평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기후를 앞세운 글로벌 투자자들의 압력에 삼성은 한국 재생에너지 전환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며 “한국에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전력망과 재생가능 전력 부족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지배구조 홍콩법인장은 “삼성이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에 대한 약속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익성 뿐 아니라 의의와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극도로 우려스럽다(extremely concerning)”고 말했다.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탄소중립을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는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애플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인 TSMC 또한 RE100에 가입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영업 손실을 입을 위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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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는 삼성전자가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2030년 매출이 전망치 대비 약 2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국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5월 초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발맞춰 삼성전자가 RE100에 가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준비 되지 않았다’며 RE100에 가입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선택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이 친환경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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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이 몇 달 안에 RE100 가입 선언을 한다 해도 분석가들은 즉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화석연료는 2020년 기준 전체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경쟁과 규모의 경제 확대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유럽, 중국,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장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풍력 및 태양광을 설치할 토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더 비싼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높지 않은 반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전기 사용량은 국내 전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보다 20%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클린 타오 기후연구단체 트랜지션제로(Transition Zero) 분석가는 “아시아에서 보편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먼저 철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욱 SK그룹 에너지부문 신재생에너지 전략 팀장은 “기후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재생에너지 직접조달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 환급과 전력망 사용료 인하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 구매 계약, PPA와 같은 재생에너지 장기 계약에 더 많은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라고 말했다. PPA는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를 확보할 수 있고 삼성전자 같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을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보호해 재생에너지 사용률도 보다 쉽게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원자력은 지지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은 명확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에 로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는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을 내세워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유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유경 APG 홍콩법인장은 “삼성이 진정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를 압박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히 밝히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 로비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면 등을 통해 경영에 복귀하면 삼성이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인 KLP의 키란 아지즈 책임투자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들을 진정시키지 못할 막연한 장기목표가 아닌 단기 태양광·풍력·배터리 저장 관련 목표를 포함한 100% 재생에너지 공약을 발표해 진정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3월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삼성은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로 나눠 그룹 차원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DS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자체 친환경 평가 지표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도 개발했다. ▲반도체 친환경 기여 ▲협력회사 환경 관리 ▲사업장 환경 성과 ▲사용자 환경 편의 등 4가지 카테고리로 DS 부문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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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11일엔 삼성그룹 투자 회사인 삼성벤처스(Samsung Ventures)가 산업용 탄소포집 솔루션 업체인 '카본클린(Carbon Clean)'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본클린은 시리즈C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약 193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본클린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공업용 탄소 포집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