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ESG 평가등급보다 기후위험에 초점을 맞춘 독립된 등급을 만들자.'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이하 HBR)는 24일(현지시각) 이같은 주장을 제시하는 칼럼을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펠릭스 모르만(Felix Mormann) 텍사스 A&M대 공대교수와 밀리카 모르만(Milica Mormann) 콕스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가 쓴 이 칼럼은 테슬라의 ESG 지수 탈락에 대한 대안적 목소리로 여겨진다.
HBR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에 시장은 ESG 평가등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1년에 지속가능한 투자에 1200억 달러(150조원)가 쏟아졌는데, 이는 2020년에 기록한 510억 달러(64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관한 한, ESG 평가등급은 투자자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불완전하다. 따라서 기후위험에 초점을 맞춘 독립된 평가등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별 등급은 기업의 탄소배출량 및 기후위험에 관한 복잡한 정보를 직관적이고 사용자에게 친숙한 형식으로 바꾸어서 현재의 ESG 평가등급의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기존 ESG 평가등급을 비판
이 같은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S&P 500 ESG지수에서 테슬라가 제외된 이후 ESG 평가등급의 문제점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의 문제 제기 이후, ESG 평가등급이 여러 평가기관 간의 등급에 대한 정의 및 부여 방법론이 다양하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예를 들어 테슬라를 예로 들어보자.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2020년 1월에 미국 자동차회사로서는 최초로 1000억 달러(120조원)을 넘었고, 2021년 1월 8일에는 8000억 달러(1011조원)를 돌파해서 미국 상장기업 중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기차는 대기오염 완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완화 등의 이유로 널리 환영받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테슬라도 ESG 등급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MSCI의 ESG 지수는 예전에는 테슬라를 자동차 업계 1위로 평가했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FTSE는 테슬라의 환경 성능을 '제로(0)'로 평가해, 지속가능성 면에서 화석연료 기업인 엑손모빌에도 뒤진 것으로 평가했다.
ESG 평가등급의 이러한 불일치는 투자자를 헷갈리게 만들 뿐 아니라 ESG 평가 자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도 지난주 S&P글로벌 지수가 테슬라를 퇴출시켰을 때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지난해 11월 유엔 COP26에서 글로벌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이하 ISSB)가 창설되면서, ESG 표준이 언젠가는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려면 ISSB가 모델링된 이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경험에 기초해 볼 때 수년이 걸릴 것으로 HBR은 보고 있다.
투자자들의 ESG점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ESG 보고와 평가등급이 결국 조화를 이루더라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단일 지표로 만드는 문제가 남는다. 단일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의 ESG점수를 단일지표의 구성요소로 생각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이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정확히 무엇이 회사에 평균 이하의 ESG 등급을 부여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SG등급이 낮은 것은 ESG의 세 가지 범주 모두에서 중간 정도로 저조한 성과 때문인지, 아니면 두 범주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받았지만 세 번째 범주에서 예외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받았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모든 투자자가 ESG에서 환경, 사회적, 지배구조 측면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초점을 두는 주주들의 최근 동향을 보면 ESG의 "E"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HBR은 봤다.
HBR은 "독립형 기후 평가등급은 투자자가 기후 위험에 대한 노출 및 관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사회 및 지배구조 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환경의 복잡성이 가중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자산의 기후 등급이 투자 전략과 선호도에 적합한지를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립형 기후등급을 만들면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
독립형 기후 평가등급이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 기후를 의식하는 투자자의 자산 배분을 촉진할 수 있을까. HBR은 "그렇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HBR은 "기후 평가등급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5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일반적인 성과 지표에 기후 등급을 포함시키면 기후 등급이 우수한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기후등급을 포함시킨 결과, 기후 친화적인 주식에 대한 투자가 2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기후 등급 효과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기업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났다. 추가로 투자하는 경우 50% 이상이 기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곳으로 투자됐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 등급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도 기후 위험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 등급은 연금 기금, 자선 신탁 및 기타 미국 신탁법의 적용 대상 기관의 자산 관리자들에게 부과되는 법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HBR은 "독립형 기후등급을 만들면 E와 S와 G와 함께 결합하는 방법론적 복잡성과 법적 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