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그리스 국기/픽사베이
사진은 그리스 국기/픽사베이

그리스 최초의 기후위기 장관이 산불 퇴치부터 올 여름 폭염 대응까지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그리스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이후인 9월, 그리스 최초로 기후위기 장관에 임명된 크리스토스 스틸리아니데스(Christos Stylianides)의 최우선 업무는 산불 퇴치다. 

그리스는 130만 헥타르(39억3250만평)의 삼림지대를 파괴한 산불 이후 더 많은 전문 소방관과 비행기를 고용하고 지출을 늘리는 등 산불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로 곤혹 치른 그리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유럽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80%가 지중해 국가들이다. 그리스는 지난해 8월 하루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씨 속에서 약 65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4년 전 아테네 인근 해안마을인 마티(Mati)에서 102명이 산불로 사망했는데, 이 산불은 금세기 들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산불이었다.

곧이어 실시된 공식적인 조사에서 조사단은 "그리스가 화재 예방보다 화재 진압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그리스 정부의 관료적인 장애물을 제거하고 겨울에 화재 예방을 위해 숲 개간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조사단은 그리스 정부에 화재 예방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도 요구했다.

그리스는 올여름 또 한번의 폭염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올해 소방 항공기와 삼림 벌채 및 유지 보수에 1억5200만 유로(2039억원) 이상을 배정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여름 우리는 전례 없는 고온을 경험했고 이로 인해 섭씨 600도의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 산불은 우리가 자연 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아주 가혹하게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그리스 최초의 기후위기 장관인 크리스토스 스틸리아니데스/트위터
그리스 최초의 기후위기 장관인 크리스토스 스틸리아니데스/트위터

산불 피해는 기후변화로 더 취약해진 남부 유럽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에 합류하기 전 유럽연합의 시민보호 메커니즘을 개선하여 재난 대응을 개선하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위기 관리를 위한 유럽 집행위원으로 활동했었다. 동시에, 그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병 대응을 이끄는 EU의 수석 코디네이터를 지냈다.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이번달 아테네 인근 산불로 432.2헥타르(130만평)가 파괴된 후 "올 여름은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강한 폭염과 더 긴 여름, 더 건조한 여름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진화가 훨씬 더 어려운 더 강렬한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8월, 40도 넘는 날씨에 65건 산불 동시다발 발생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모순되는 법률과 지자체, 여러 부처 간의 불분명한 책임 분담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누가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 공공부문의 관료적 적폐를 한탄하며 "이렇게 책임이 겹치니까 의사결정 과정이 엄청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사기가 떨어지고 예산과 인력도 부족하고 노령화된 소방서와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 전문 훈련을 받은 '산림특공대' 500여명이 올 여름 소방서에서 임관했으며, 1년 내내 숲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코로나 팬데믹 복구 기금에서 나온 5000만 유로(670억원) 규모의 그리스 산림관리 및 정화예산은 예년의 8배에 달한다. 그는 "우리는 삼림 순찰을 많이 늘리고 있으며 처음으로 군대와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로 유럽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유럽 6개국에서 약 250명의 소방관을 그리스로 초청해서 여름 몇 달 동안 이 소방관들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유럽위원회의 자금 지원을 받는 이 계획은 그리스에서 시험 중이며 곧 다른 EU 국가들에서도 시행될 수 있다.

과거에 화재 발생 시 유럽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료적 절차 때문에 화재를 조기 진압할 수 있는 귀중한 시점을 날려버리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국가들은 그리스의 화재진압을 돕는 대가로, 홍수와 다른 재난을 다루는 북부의 국가들을 돕기 위해, 겨울에는 그리스 소방관들이 파견된다.

스틸리아니데스 장관은 "아무도 더 이상 이 파괴적인 화재를 혼자 처리할 수 없다"며 "우리 시대에는 화재를 처리하는 것은 일개 국가의 역량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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