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ESG 투자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HSBC는 금융서비스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투자 결정 시 ‘ESG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HSBC

영국 HSBC는 지난 6월 금융서비스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응답자의 60%가 투자 결정 시 ‘ESG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SG를 우선순위로 고려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 현상은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2월에 시행된 HSBC의 투자자 심리 조사(sentiment survey)에서 'ESG 분석을 투자 결정에 포함시켰다'는 응답은 57%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0%로 감소했다. 앞으로 1년 동안 'ESG를 더욱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지난 2월 57%였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51%로 감소했다. 이는 최근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감소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HSBC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연료 재고 급증 ▲ESG 그린워싱 우려 ▲양질의 ESG 데이터 부족 ▲ESG 그린워싱 규제 혹은 정책 부족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 시 ESG 전략을 고려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본 유치(36%), 경쟁&산업계 압박(20%), 의무화(16%), 리스크 완화 및 시행(13%)이라고 답했다. 자본 유치는 지난 2월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비율(33%)보다 증가했던 반면, 경쟁&산업계 압박, 리스크 완화 및 시행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회ㆍ경제적 어려움이 촉발되었고, 투자자들은 ESG 영향력보다는 수익 창출이나 자본 유치 등 경제적 성과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환경 이슈는 탈탄소화(33%), 기후변화(20%), 물(9%)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플라스틱(6%)과 생물 다양성(3%)에 대한 관심은 이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사회 이슈는 성 다양성 및 포용(17%), 데이터 보호(15%), 고용 이슈(15%), 인권(13%) 등 관심이 고르게 분포됐다. 

HSBC는 "오는 12월 COP15 생물다양성 회담을 앞두고 언론과 전 세계가 생물다양성 이슈에 주목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플라스틱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며 "현 단계에서는 ESG가 '투자 테마'보다는 '관여(engagement)' 연계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퍼레이트 나잇츠는 투자자들의 감정이 우울하거나 슬플수록  지속가능한 투자를 중시한다고 발표했다/픽사베이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부정적 감정이 높아질수록 ESG 투자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지속가능성 컨설팅기관 코퍼레이트 나잇츠(Corporate Knights)는 한 달 간 가구의 평균 기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시작과 복구(OR, onset and recovery)'라는 메트릭스를 사용했다. 이 지표는 시기적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월별 감정 변화 비율을 측정한 것이다. OR이 높을수록 우울증이 증가하고 감정상태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퍼레이트 나잇츠는 2018년 부터 2021년 까지 25개국의 지속 가능한 펀드 투자와 OR 수준의 연관성을 비교했으며, 모닝스타의 지속가능성 등급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펀드의 투자 흐름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투자자들의 감정이 우울하거나 슬플수록  지속가능한 투자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감정을 겪는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자산에 왜 투자하고 싶어하는 지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사회적 신호 전달이다. 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둘째, 기부와 같은 주는 행위를 통해 호감과 행복감을 느낀다는 따뜻한 글로우(Glow) 효과다. 투자자들은 투자 성과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선택할 때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특히 우울한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낮고 지속가능성 등급이 높은 ESG 펀드에 더 많이 투자했다. 즉, 지속가능성이 높은 펀드의 자본 유입율이 더 높았다. 지속가능성 등급이 높은 펀드의 평균 규모가 약 1억달러(약 1312억원)라면, 투자자들이 연간 84만달러(약 11억원)러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코퍼레이트 나잇츠는 "투자자들의 친사회적 행동과 ESG 투자를 통한 행복감보다는 코로나, 반인권 등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에 의해 ESG 투자가 더 증가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조사는 슬픔, 우울증 등 부정적인 감정이 환경이나 사회에 좋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갈수록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기에 ESG 펀드에 투자할 때 더욱 안전한 선택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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