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내놓은 프라이빗 제트 투어가 기후운동가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디즈니
디즈니가 내놓은 프라이빗 제트 투어가 기후운동가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디즈니

11만 달러(1억 4388만원)의 '디즈니 프라이빗 제트 어드벤처'에 가는 여행자들은 저소득 국가의 한 사람이 1년 동안 내뿜는 탄소 양보다 20배 이상을 배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더불어 부유할수록 탄소 발자국이 크다는 내용의 연구도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11만 달러짜리 프라이빗 제트 투어 내놓은 디즈니

디즈니는 지난 6월, 1인당 약 11만 달러에 달하는 프라이빗 제트 투어 상품을 내놓았다. ‘디즈니 파크 어라운드 어 프라이빗 제트 어드벤처(Disney Parks Around A Private Jet Adventure)’ 라는 이름의 여행 상품은 참가자를 75명으로 제한한다. 투어는 2023년 7월 9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패키지 이용자는 디즈니가 마련한 보잉 757-200을 타고, 총 24일간 샌프란시스코, 앵커리지를 거쳐 디즈니 테마파크가 위치한 일본 도쿄, 중국의 상하이와 홍콩, 인도의 아그라, 이집트의 카이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를 여행한다. 투어는 이미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을 위한 기본 비용은 10만 9995달러(1억 4400만원)로 하루에 4600달러(600만원)가 소비된다. 미국 인구 조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가계 중위 소득은 6만 7521달러(8840만원)로 나타났다.

디즈니 프라이빗 투어는 3대륙 6개국을 전용기로 이동하게 된다/ 디즈니
디즈니 프라이빗 투어는 3대륙 6개국을 전용기로 이동하게 된다/ 디즈니

 

탄소 배출량, 전 세계 사람이 1년 동안 내뿜는 양보다 많아

유럽의 환경주의 연구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의 분석에 따르면 이 투어는 총 1만 9600마일(약 3만 1500km)를 여행하고, 여행하는 동안 연소하는 제트 연료에서 총 462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1년 동안 내뿜는 양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연간 평균 탄소 배출량은 1인당 4.5톤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9년 저소득 국가의 1인당 연간 평균 CO2 배출량은 0.3톤이었다. 지구의 온도를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일 년에 평균 2.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E의 항공 담당 이사인 조 다르덴(Jo Dardenne)은 "이번 디즈니 투어는 항공만큼 불공평한 교통수단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보여준다. 오직 소수의 특권층만이 비행기를 탈 수 있으며 한 번의 휴가 만으로도 연간 탄소 발자국이 폭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도 오염의 실제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디즈니의 대변인은 회사가 "지구를 보호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환경 유산을 전달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헌신했다"라며 디즈니는 “투어의 탄소 배출량을 감시하고, 배출량 감소를 가져올 검증된 자연 기후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해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의 투자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자원을 보호하며 홍수와 토양 침식의 영향을 줄이는 것과 같은 공동 이익을 제공하는데 우선한다"라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기후 운동가들, 부유한 사람들을 ‘슈퍼 방출자’라며 지적

기후운동가들은 "티켓 한 장에 10만 9995달러의 비용이 드는 이 투어는 세계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불균형을 이루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는 세계 인구의 1%에 불과한 ‘슈퍼 방출자들’이 2018년 항공 산업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북미지역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보다 50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온 사람들보다 10배 더 멀리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에 셰필드 할람 대학의 에너지 정책 교수인 에이미 앰브로즈(Aimee Ambrose)가 사이언스 다이렉트(Science Direct) 저널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는 2010년 부유한 10% 가구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34%를 배출했으며 2015년에는 이들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9%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반면 저소득층에 속하는 전 세계 인구의 50%는 2010년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15%를 배출했고 2015년에는 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의 연구를 통해 부유한 1%의 사람들이 내뿜는 탄소 발자국이 산업화 이전보다 3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
옥스팜의 연구를 통해 부유한 1%의 사람들이 내뿜는 탄소 발자국이 산업화 이전보다 3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

 

옥스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의 탄소 발자국...산업화 이전보다 30배 더 높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최근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의 탄소 발자국이 2030년 파리 협정의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보다 30배 더 많다"고 전했다.

"가장 부유한 1%의 사람들은 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보다 약 97%의 배출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옥스팜의 기후 정책 책임자인 나프코테 다비(Nafkote Dabi) 는 “억만장자 한 명의 우주 비행사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10억 인구의 평생 배출량을 초과한다. 그들이 내뿜는 탄소량은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 목표를 위태롭게 한다. 가장 부유한 10%의 배출량만으로도 향후 9년 동안 합의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이것은 폭풍, 기아, 빈곤에 직면해 있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옥스팜의 정부 관계 책임자인 샘 나델(Sam Nadel)은 "기업들이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당혹스럽다. 이는 무책임한 배출의 한 사례이며, 다른 문제들도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은 탄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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