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연구진, 10년 이상 풍력발전기 추적
풍력발전기 회전 속도로 날개 움직임 안보이는 모션 스미어 현상 발견...
터빈 날개 한 곳에 검정색 도색, 조류 사망률 대폭 감소
유럽의 그린딜(Green Deal), 미국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 한국의 한국판 뉴딜 등의 경제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함에 따라, ‘풍력발전기’가 그 무엇보다 주목받고 있다.
풍력발전기란 바람에 의한 날개의 회전력을 토대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전기를 공급해주는 장치다. 이에 따라, 풍부한 바람만 있으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기에 청정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7월, 한국판 뉴딜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한국 정부도 정책의 첫 행보로 풍력발전을 선택한 만큼, 풍력발전은 ‘친환경’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지역 중형급 풍력발전기 시장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280억 달러(약 3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들도 풍력발전 투자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애플(Apple)은 자사의 탄소중립(Net-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 터빈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투자하는 풍력 터빈은 덴마크 남동부 지역 에스비에스 인근에 위치할 예정이며, 약 2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준인 62GWh 전력을 연간 생산할 계획이다.
풍력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작년 12월 펜실베이니아 집회 현장에서 풍력발전이 조류를 죽인다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적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발전기 가동 시 조류 충돌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연간 수십만 마리가 풍력 터빈에 의해 죽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국제학술지인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검정 도색: 조류 죽음 감소 위한 풍력 터빈 가시성 증대 효과 (Paint it black: Efficacy of increased wind turbine rotor blade visibility to reduce avian fatalities)'라는 제목의 논문이 매우 간단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실증 분석을 통해 논문이 제시한 방안은 풍력 터빈 날개 3개 중 한 개에 검정색 페인트를 입히는 것이다.
본 논문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노르웨이 서부 해안지대의 높이 70미터, 날개 길이 40미터에 달하는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발전단지의 조류 피해를 2006년부터 조사해왔다. 특히, 그들은 4개의 풍력발전기 터빈 한 곳에 검정색으로 도색을 한 후, 3년 반 동안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터빈의 검정색 도색이 조류 사망률을 70%가량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터빈에 의한 조류 죽음의 주된 원인은 모션 스미어(Motion Smear) 현상 때문이다. 이 현상은 시속 최대 150마일까지 회전하는 터빈 속도 때문에 날개의 윤곽선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터빈 날개 하나에 검정색으로 도색하게 되면 모션 스미어 효과가 감소해 날개의 움직임이 좀 더 분명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새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게 되어 조류의 죽음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풍력발전기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여러 방법이 업계에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조류가 이동하는 길을 피해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법부터 새의 이동을 감지하면 발전기가 자동적으로 멈추는 센서 기술까지 많은 방법들이 제안되거나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기술 도입 및 유지 비용과 부지 선정 한계 등의 이유로 발전기에 의한 조류 피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겨져 있었다.
그런데, 실증조사에 기반한 이번 연구를 통해 풍력발전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조류 피해 문제가 충분히 해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존에 설치된 발전기의 경우 도색 작업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 개발이 보다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