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가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대기업의 5분의 1 이상이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고 ESG 성과를 내야 하는데 ESG 전문 인력은 수요만큼 많지 않아 채용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ESG 인재 모시기에 기업들이 바빠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사에서 직접 ESG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의 써니(mySUNI)와 SV칼리지이다.
SK그룹은 교육 인프라인 써니 내 ESG 교육 기관인 SV칼리지를 통해 ESG경영 내재화와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SV칼리지는 임직원을 시작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강의를 공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팩트온>은 허두회 SK mySUNI SV칼리지 담당을 만나, mySUNI와 이를 통한 ESG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었다.
Q. 써니와 SV칼리지가 오픈한 이후로 소식을 듣기 어려웠다.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써니(mySUNI)는 기존 직무교육을 넘어 재무전문가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같이 전문성 있는 임직원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SK그룹 교육 인프라로서, 2020년 설립되어 벌써 3년차를 지나고 있다.
전문가가 되려면 선배들과 현장에서 10~15년간을 직접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보통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써니는 이 과정에 ALP(Active Learning Program)와 써니온(SUNI on)이라는 전용 교육 참여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보다 체계적으로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SV칼리지는 여섯 명이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회사 내·외부의 분야별 전문가의 강의를 촬영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과 프로젝트 베이스 러닝(PBL, Project Based learning) 방식 두 가지로 제공한다.
ESG 강의는 2021년에 온라인 15개 과정, 오프라인 7개 과정을 개설하여 실시했다. VOD는 47개로 올해 연말까지 도합 60~7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오프라인 과정은 총 28회 차 강의로 진행됐다. 강의 일부는 국내 최대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소백(SOVAC, Social Value Connect)을 통해 일반 대중들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ESG 교육은 보통 세미나나 영상이 일반적이다. PBL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PBL은 각 계열사가 진행 중인 실제 프로젝트로 교육을 진행한다. SV칼리지는 계열사가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기 위한 기초 지식과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도 진행한다.
PBL 교육은 컨설팅처럼 프로젝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써니는 해당 프로젝트와 유사한 해외기업의 사례, 정책, 이니셔티브 등을 조사하여 계열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방식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Q. SV위원회와 SV칼리지가 따로 있다. 역할면에서 어떤 관계에 있나.
SK SV위원회는 ESG를 내재화하고, SV 칼리지는 이를 교육하는 일을 한다.
SK는 싱글 바텀 라인(Single Bottom Line)이 아닌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사업(SV 비즈니스)을 실현하고자 한다. 싱글 바텀 라인은 경제적 가치(EV, Economic Value)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기업 경영 체제이다. 더블 바텀 라인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SV, Social Value)를 동시에 추구하고 관리하는 체제를 말한다.
SV비즈니스는 더블 바텀 라인에 기반한 사업을 뜻한다. SV위원회는 SV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SV칼리지는 SV비즈니스의 방향과 목적,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담당한다. 사회적 문제에서 비즈니스 모델까지 가는 과정의 중간 부분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Q. SK임직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강의를 들을 수 있나.
ESG 교육은 기초(Fundamentals), 심화(Advanced), 전문가(Experts) 과정으로 나뉜다.
기초 과정은 ESG의 이해와 역사, 지속가능경영의 실행, 다큐로 보는 ESG와 같은 기본 강의들로 구성했다. 기초 교육은 신규 전입 인원 40명을 대상으로 2일간 워크숍으로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ESG에 대한 개념 강의를 듣고 다양한 자료를 읽고 온 후 토론을 하는 ALP 방식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ESG 개념 강의는 써니 안에서도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ESG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초창기보다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심화 과정은 ESG 실무자를 대상으로 ESG 심화, 사례, 트렌드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생들은 이 과정에서 ESG 관련 법률, K-택소노미, ESG 평가 대응, TCFD, SASB, 지속가능보고서 대응과 같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학습했다. 교육생들은 주요 보고서 프레임과 좋은 보고서 사례를 보면서 수준 높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ESG 공시와 평가에 대한 학습을 진행했다.
전문가 과정은 실무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한다. 실무자는 TCFD나 SASB, K-택소노미와 같은 기준을 각자의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PBL 교육을 받고 있다. MSCI나 DJSI와 같은 주요 평가에 대응해 본 실무자들이 전문가 교육에 주로 참여했다. TCFD는 워크숍을 2회 진행했는데,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전과정평가(LCA), 인권 실사와 같은 주제로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 임원 교육도 실행했다. 지속가능성이 좋은 기업들에 관한 사례 공부를 실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Q. SV칼리지가 교육을 실행했을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실무자, 팀장, 임원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 다 달랐다. 임원과 실무자단은 같은 주제라도 고민해야 할 내용의 깊이나 방식이 다르다. 교육은 일률적으로 전달할 수 없고, 학습자의 눈높이에 적합하게 맞춰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
교육은 효과와 성과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이다. 사람의 변화는 장기 과제이고, 변화했더라도 교육과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성과 측정을 위해 교육 공학 방법론을 살펴보고는 있으나 아직 적확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과 측정 방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Q. 임원 교육을 진행한다고 했다. 임원들이 현실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땠나.
임원은 교육의 필요는 느끼지만 교육에 참여하기에 일정이 너무 바쁘다. 이 교육은 교육 대상의 바쁜 일정으로 참여를 독려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부가 아닌 외부로 우회하여 교육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을 택했다.
SV칼리지는 지난 2월 원신보 블랙록 아시아지역 총괄 투자 스튜어드십팀 본부장을 초청하여 화상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SK㈜ 염재호 이사회 의장, SK이노베이션 김종훈 의장, SK텔레콤 김용학 의장 등 SK 12개 관계사 사외이사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런 세미나가 있다고 SK수펙스 소속 기업들에 전달만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외이사들이 참여했다. 블랙록도 단일 기업에서 이렇게 많은 사외이사와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원신보 본부장이 블랙록의 ESG를 통한 기업 관여 활동의 방법과 주요한 고려사항, ESG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사외 이사님들도 세션에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Q. 실무진은 교육에 대해 어떤 요구를 제기했나.
실무진은 업무가 바쁘기 때문에 교육을 넘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매우 크다. SV칼리지가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교육기관으로서 컨설팅을 제공하는게 취지에 맞지 않고, 요구하는 계열사 수도 많아서 물리적으로 이를 다 감당하기 어렵다.
PBL(Problem Based Learning)은 실제 계열사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론과 사고방식을 습득하는 게 목적이다. SV칼리지는 계열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내・외부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모든 구성원이 SV와 ESG를 내재화하면서도 실무자들이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도록 돕는 일이다.
SV칼리지는 내재화를 위한 인증 과정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 양성은 구성원의 직무 경로에 맞춰, VOD부터 워크숍이 단계별로 제공되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완성하고자 한다. 구성원이 SV와 ESG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그 길을 선택하여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번째로는 외부와의 협력이다. 현재, SV 칼리지의 일부 콘텐츠는 SOVAC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추후 더 많은 컨텐츠를 계속해서 공개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도 열고 있다.
Q. 대학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
강의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ALP 형식의 세미나나 과정을 만들어서 확대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써니온 시스템이라는 SK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토론형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는 연세대학교와 협력해서 ESG와 지속가능성 과정을 개설했다. 단발성 특강이 아니라 한 학기 학점 과정(3학점 과정)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대학생들은 SV와 ESG에 관한 강의와 자료가 많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서, SV 칼리지의 강의가 ESG를 이해하기에 좋은 기회였다는 피드백을 줬다. 22년 2학기에는 한양대학교에서 부분 강의를 진행한다.
이런 강의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비수도권에도 ESG와 SV 강의에 대한 필요가 분명히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런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대학생 청년들의 지역 정착률이 높은 제주도에 있는 제주대학교에서 강의를 열기 위해 논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