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건 데이터로 로컬푸드 사업 활성화+지역특화 서비스 제공

임팩트온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력해 주요 국내 ESG 가이드라인 및 지침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에게 특화된 ‘사회적경제 ESG 진단 항목’을 만들었다. 사회적경제기업에 ESG 도입 및 우수 실천 사례를 확대하기 위해 ESG 지표별 국내 대표 사회적경제기업 10곳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농부장터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1차 농장 생산물을 취급한다./픽사베이
농부장터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1차 농장 생산물을 취급한다./픽사베이

농부장터는 2013년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현재 대구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1차 농장 생산물을 취급한다. 상품은 간마늘, 고추가루, 과일즙과 같은 지역 농가 가공품도 포함한다. 농부장터는 로컬푸드를 매개로 지역사회 내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분야는 ▲로컬푸드 공급 ▲농업의 지속성 강화 ▲공공기관 협업사업 ▲지역공동체와의 연대 활성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 지원 ▲먹거리 사각지대의 해소 등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판매현황을 보면, 매출액의 77.3%가 지역 농산물에서 나온다. 매출액의 80~85%는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데 사용한다. 소비자 모니터단도 운영한다. 소비자가 직접 생산과 입고를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단은 생산 농가에 직접 방문하는데, 여러 혁신 사례를 보고 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부장터는 직매장을 방문하여 계산할 때 제품을 찍는 포스기와 공공 배달 앱 ‘대구로’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서비스를 개선해나간다.

직매장은 재활용 제품을 사고 파는 라라장터, 발달장애인 직업 교육 및 채용 등 지역 사회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ESG 지표 중 ‘지역사회 특화 서비스 제공’에 관한 대표사례로 선정된 농부장터 김기수 대표를 만나,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들어봤다.

Q. 로컬푸드 사업은 어떤 사업이고 왜 중요한가.

로컬푸드 사업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판매하여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주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먹거리를 믿을 수 있는 유통 과정을 거쳐 구매하는 구조다. 로컬푸드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컬푸드 사업은 대부분 적자이며, 로컬푸드 직매장 수는 농협이 가장 많고 지자체가 위탁하여 운영하는 구조다. 이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충분한 수의 이용조합원이 로컬푸드를 소비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생산자 조합원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므로 적자가 발생한다. 최소한 적자 부분과 운영비를 보전할 수 있는 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협동조합과 로컬푸드 자체가 ESG다.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 공헌이 의무이고 그것이 평가항목 중 하나이다. 로컬푸드는 농촌에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식자재의 운송거리인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서 환경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 있다.

Q. 로컬푸드 사업은 대부분 농협이나 지자체가 한다.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가.

로컬푸드 사업은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해서 서비스 이용 수수료가 15% 정도로 낮다. 농부장터는 국내에 많지 않은 민간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고, 카드 수수료를 빼고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도 제공하므로 실질적인 수수료는 12% 정도이다. 농협과 지자체도 적자 구조를 타개하지 못하며, 민간은 임대료를 직접 내고 운영해야 해서 우수 직매장 인증을 받은 곳들도 대부분 적자 구조로 운영한다. 농부장터도 적자 구조로 운영했는데, 최근 3~4년 전부터 이용조합원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를 맞췄다.

Q. 농부장터는 어떤 구조로 운영되나.

로컬푸드와 협동조합의 특성을 함께 살린다. 로컬푸드는 수익을 창출하여 사업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합원이 많을수록 좋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많으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게 어려워져서 협동조합의 민주적인 운영 원칙을 해칠 수 있다. 이 경계선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농부장터는 직원, 생산자, 소비자 조합원으로 구성된다. 소비자는 법정조합원과 이용조합원(비조합원)으로 나뉜다. 법정조합원은 출자금을 내고 법적 권리와 조합원 의결권을 갖고 있고, 이용조합원은 그렇지 않다. 이용조합원은 농부장터의 핵심 고객층인데, 올해 기준 3050명이다. 이용조합원은 직매장 이용 포인트 지급, 로컬푸드 식당 할인, 제철 농산물 공동 구매 등 농부장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받는다.

생산자조직은 생산자조합원과 회원농가(예비조합원)로 구성된다. 생산자조직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상품을 출하·판매할 수 있으며, 6개월의 교육을 거쳐야 한다. 조합원 형태는 민주적으로 생산자가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생산자조합원은 법적 권리가 있고, 회원농가는 법적 권리가 없다. 생산자조합원과 회원농가는 180곳이다. 생산자조합원은 고령, 여성, 소농이 64.5%이다. 생산자 교육은 정기 생산자 교육과 신규 생산자 교육이 있다. 소비자 교육은 로컬푸드 및 협동조합 기본 교육, 워크숍, 농가 체험 교육이 있다.

농부장터 매장./농부장터
농부장터 매장./농부장터

Q. 농부장터는 로컬푸드 사업의 적자 구조를 어떻게 깼나.

농부장터는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용조합원을 조직해서 공동 구매와 예약 판매를 실행한다. 예비회원들은 3만원 정도를 예치하고 물품을 구매한다. 이 사업이 10년 정도 진행됐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했다. 농산품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업로드되면 예약 판매가 진행된다. 능이버섯을 온라인에 올렸는데, 상품을 싣고 매장으로 오는 도중 예약 구매가 완료된 사례도 있었다.

농부장터는 ‘대구로’라는 대구의 공공 배달 앱에 ‘로컬푸드’ 탭을 만들어서, 이용조합원을 포함한 소비자 3500명이 앱을 통해 지역 농가의 생산품을 구입하게 한다. 대구경북 로컬푸드이종협동조합 연합회를 만들어서 지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농산품을 공급이 부족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등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Q. 지역 식품 산업은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나.

로컬푸드의 경우 농산물의 소비나 유통 전체량에 비하면 직매장에서 다룰 수 있는 양이 극히 일부이다. 로컬푸드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는 큰 식품기업과 달리 영세한 소농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잘 조직화해서 상품을 제공해야 사업화가 가능하다.

농부장터는 데이터 관리를 통해 사업 전략을 개선할 계획이다. 데이터 관리 전용 프로그램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농가는 생산량과 관련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고, 생산자 정보는 현재 연합회 차원에서 1200명이 모였다. 소비자 데이터는 농산품 직판장에서 나온다. 조합원이 매장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포스기에 바코드를 찍는데, 이 정보는 품목별·시간대별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농부장터에서만 1년에 10만 건, 연합회에서는 80만 건의 데이터가 쌓인다.

Q. 로컬푸드 외 다른 지역사회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나.

라라상점이나 발달장애인 작품 전시회와 같은 행사는 농부장터 직매장 2층에서 연다. 하루 매장 방문객은 400~500명 정도이고, 한달 매장 방문객은 1만2000명 정도로 주민 접촉이 많은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농부장터가 운영하는 라라상점은 물품 재사용과 기부 부문에서 임팩트를 내고 있다. 라라상점은 물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며, 모든 수익은 취약계층에 기부한다. 라라상점은 항상 개방되어 있으나, 한 달에 한 번 ‘클리닝 데이’라는 이름으로 상점을 크게 연다. 조합원이 3000명이므로 이용율이 높다.

또, 농부장터와 연계된 ‘연계 마을’을 만들어서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농촌은 작은 노력으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의사 네 명이 연계마을에 일주일에 한번 2~3시간만 방문해도 지역 어르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다.

농부 장터는 연계마을 형성과 솔루션 마련이라는 프로그램을 조직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연계 마을에 방문하여 농산물을 포장·판매하는 도농 공동체를 만드는게 목표다. 교류체험 활동도 제공한다. 이 활동은 농촌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도시 소비자들이 지역에 방문해서 장을 담그는 프로젝트를 10년간 진행했다. 소비자는 1년 내내 왕래하며 장을 담그고, 계절별 채소를 먹거나 김장철에 김치와 수육을 먹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경험할 수 있었다.

텃밭은 이용조합원들이 참여한다. 텃밭의 규모는 500평 정도이고, 현재 40가구가 텃밭 가꾸기에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가정도 농사 짓기와 김장 행사에 참여한다. 어린이집 공동 육아팀,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 주민과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농부장터
농부장터

Q. 지역사회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나.

농부장터는 발달장애인 고용을 사업화하여 고용에 성공했다. 지금도 발달장애인 두 명이 오전에 매장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집중력이 좋아서 포장과 진열에서 강점을 지닌다. 다문화센터와도 사업화 과정을 통해 이주민 취직을 실행하려 했으나, 문화와 정서가 달라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농부장터는 발달 장애인 부모님으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 원예협동조합과 5년 넘게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 발달장애인들은 텃밭 일과 원예를 해보고, 농가에 방문하여 간단한 수확과 매장에서 포장하는 업무를 체험한다. 이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사업화했다. 인턴십은 2년씩 직능 별로 진행하는데, 오전에 근무하고 오후에 교육받는 지자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가 있는 직원들을 받고, 앞서 언급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직원 조합원은 45.8%가 취약계층이다. 전체 직원 조합원은 24명이고, 고령 7명, 저소득층 3명, 장애인 1명이다.

Q. 지역사회의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측면은 무엇인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포장지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양이 상당하다는 걸 깨달았다. 개별 포장은 1년에 80만 개로 2000원짜리 상추도 비닐 포장을 하다 보니, 1년 매출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농부장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종이포장과 곡물 디스펜서를 들여와 사용한다.

아울러, 농부장터 조합원들은 자원순환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는 공식사업화하여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모니터링한다. 농민이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도록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제로웨이스트도 실천한다. 용기를 직접 가져와서 음식을 담는 ‘용기 없는 알맹이 코너’, 아이스팩 재활용품 수거 사업, 제로웨이스트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농부장터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지도는 46%에 서 78%까지 올랐고, 관련된 생산자 매출도 13배 증가했다

Q. 농부장터의 사업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게 담보돼야 하나.

이 업종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가 낮고 업무 강도가 낮지 않아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게 쉽지 않다. 농부장터는 다른 마트에 비해 근속연수가 긴 편이다. 농부장터는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다. 관행적인 연장 근무가 없다. 직원 회의와 노조 설립도 권장한다. 협동조합은 급여를 받는 직원들로만 운영할 수 없다. 그만큼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런 인식이 조합원 전체로 확장되려면 로컬푸드 사업의 규모가 커져서, 조합원 모두에게 이익과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선순환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조합원들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이를 훈련하고, 조합원들이 늘어가면서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ESG 지표 및 사회적기업 사례가 담긴 ‘사회적경제 ESG 안내서’ 바로가기

(안내서 관련 문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정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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