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년 전 이맘때쯤 창업을 준비했으니 벌써 세월이 무서울만큼 빠릅니다. 2022년의 ESG를 한번 정리해보고, 2023년의 ESG를 한번 예측해보고 싶지만 능력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숙제로 남겨놓고,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생물다양성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 이슈를 다루는 정상회담인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이 이집트에서 다소 싱겁게 끝났지만, 12월 해외에서는 또다른 COP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엔의 생물다양성 협약으로, 제15차 생물다양성 COP회의(일명 COP15)라고 불리는 매우 중요한 회의입니다. 왜 중요하냐구요? ‘자연 자본(nature capital)’에 관한 새로운 협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몬트리올, 자연자본에 관한 새로운 협약 만들어질 가능성 높아
생물다양성이 왜 기업의 ESG 전략과 연관성이 있을까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세계 GDP의 44% 가량이 자연 손실 리스크에 노출돼있다고 합니다. 이미 글로벌 보고서들은 생태계 파괴로 동식물 전체의 8분의 1인 100만종 이상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사실 이러한 수치는 잘 체감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폴 호켄의 ‘비즈니스 생태학’이라는 좀 고전책이기는 한데, 그 책에서 읽었던 글귀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요약을 조금만 해보면 이렇습니다.
1992년 뉴욕타임즈에 ‘개구리들의 침묵’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파충류학 국제학회 1300명의 학자들이 모여서, 회장 복도나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답니다. “지구상 개구리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매우 심각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개구리들이 사라지면 왜? 종의 격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인간의 내분비계는 진화가 덜 된 야생동물의 내분비계, 즉 물고기와 새 등과 놀랄만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내분비 체계 및 면역체계가 하등동물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 역시 하등동물처럼 매우 취약해진다는 겁니다. 생물종들이 사라지면 언젠가는 인간종 또한 급격한 위기를 막게 될지 모르는데, 몰락의 징후가 인간에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인간이 다른 종보다 천천히 잉태되고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범상치 않은 불길한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경주의’가 다루지 못했고 이제사 비로소 우리가 이해하기 시작한 ‘근본적인 몰락’ 말이다.”(22-23쪽)
생물다양성이든 기후변화 이슈든 공통점은 ‘우리 인류가 잘 모르는 영역’, 즉 불확실성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이슈를 대중들에게 잘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슈가 대중에게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위협이나 공포를 자극하는 일회성 자극요법밖에 사용되지 않는데, 그러다보니 좀더 진지한 논의나 학습은 부족합니다.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죠. 문제가 커진 이후 외교 회담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그제서야 ‘내 문제’로 적용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책임과 반성도 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는 향후 10년의 생물다양성 국제 협약에 관한 전체적인 틀을 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처포비즈니스(Nature for Business)’ 최고책임자인 에바 자베이(Eva Zabey)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수준의 관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비즈니스와 금융 분야에서 수백 개의 기업이 지지를 표명하고 정부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연내 최종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처포비즈니스는 몬트리올의 회의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300곳 이상의 기업, 70개 이상의 이니셔티브 조직들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달 330곳 이상 기업은 자연에 관한 기업 공시를 ‘의무화하라(make it mandatory)’ 캠페인에 서명했습니다.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부터 시작해 생물다양성의 영향 및 의존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공개해야 하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듯이 생물다양성 또한 이러한 사업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의 종점은 2030년입니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렇게 가시적으로 이끌어낸 것은 ‘기업이 기후변화에 관한 리스크와 영향이 어느 정도이며,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재무적인 지표로 보여주도록 한 ‘TCFD(기후변화에 관한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커다란 역할을 했지요. 이러한 보고의 체계들도 많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자연자본 프로토콜(Natural Capital Protocool)’은 2023년 대폭 개정될 예정이며, ‘과학기반감축목표(SBTN)’은 자연과 물에 관한 과학기반 목표를 확정할 예정이며, TNFD(자연자본에 관한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곧 최종지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해 우리 인류는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및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목표이지요(물론 지금 1.09도 상승했습니다만). 생물다양성은 무슨 목표가 논의되고 있을까요.
네이처포비즈니스는 두 가지 주요한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공시 의무화, 환경 유해보조금의 단계적 폐지와 축소입니다. 네이처포비즈니스는 영국미디어 에디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매년 자연 손실과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산업에 GDP의 2%에 상당하는 1.8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추산한다”며 “연간 5000억달러에 달하는 환경 유해 보조금을 줄이고 재할당하기 위한 확실한 수치가 몬트리올 최종 조약에 포함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생물다양성 중요 발표 여럿 등장해
이미 COP27을 전후로 생물다양성에 관한 중요한 발표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우선 이집트는 국제자연보호연맹(ICUN)과 함께 16일(현지시각) ‘기후변화를 위한 자연기반 솔루션 강화(Enhancing Nature-based Solutions for Climate Transformation, 이하 ENACT)’를 출범했습니다. ENACT는 맹그로브숲, 자연 홍수관리, 삼림 및 이탄지 등 자연기반의 기후적응 및 완화 솔루션에 관한 자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20억 헥타르의 생태계에 이러한 자연기반 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솔루션은 기후변화의 ‘적응 및 완화’ 파트와 연계돼 향후 매우 중요해질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지구온난화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은 명확한데, 앞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감축’ 해법 만이 아니라 홍수와 폭우를 막고 가뭄지대를 막을 적응 대책도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쿨시티를 위한 자연공약(Nature for Cool Cities Pledge)’도 출범했습니다. 이 서약은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도시를 위해 다양한 자금과 기술을 동원해, 도심 쿨링화를 위한 자연기반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걸 목표로 합니다. 전 세계 도시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는데, 건물, 도로, 콘크리트 등의 열과 도심의 비즈니스 및 교통운송에서 배출되는 탄소 등이 그 원인입니다. 자연을 통해 이 온도를 좀 낮추자는 겁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 세계의 3대 산림국가의 산림보전에 관한 협력도 COP에서 논의됐습니다. 이들은 전세계 주요 숲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당선에 전 세계가 환호하고, COP27 회의장에서 “올레, 올레, 룰라, 룰라” 등의 구호가 울려퍼진 장면은 바로 지구의 허파에 해당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를 막아달라는 세계인의 염원이 가장 극적으로 보여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고품질 블루카본 원칙과 지침(High-Quality Blue Carbon Principles and Guidance)’이 창설된 것입니다. 블루카본은 해양과 해안 생태계에 탄소를 격리시키는 것입니다. 이 지침은 고품질 블루카본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이중계산을 방지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효과적인 블루카본 솔루션 확장’을 위한 5가지 원칙을 발표한 바 있지요.
블루카본의 주요한 투자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 및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와 함께 ‘국제 블루카본 연구소(International Blue Carbon Institute)’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이 허브에 3년 동안 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생물다양성 협약의 중요한 진전사항은 임팩트온 기사로, 또 추가 뉴스레터 내용이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