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쉐어액션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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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책임투자원칙(PRI)에 대한 환경운동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학 퇴직연금펀드인 TIAA(Teachers Insurance and Annuity Association of America) 사안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PRI를 '그린워싱'이라고 비난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PRI는 자산운용사들의 지속가능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약 5300개 기관이 서명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0월 환경운동가들이 책임투자원칙(이하 PRI)에 불만사항을 제기하면서다. TIAA와 TIAA의 누빈(Nuveen) 자산운용부서는 총 자산 1조2000억달러(약 1568조원) 중 화석연료에 약 780억달러(약 101조원)를 투자했다면서 환경운동가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TIAA의 PRI 회원자격을 취소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PRI측은 "이러한 우려 사항 때문에 우리의 6가지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서명기관들의 자격을 박탈하기는 어렵다"는 형태로 회원자격 취소 요청을 거절했다. 

 

총 자산의 6.5%를 화석연료에 투자, 환경운동가들 문제 제기

TIAA와 누빈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했던 환경운동가들은 "지난주 뱅가드가 그랬던 것처럼 더 엄격한 기준으로 PRI를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펀드회사들에게 PRI가 보호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Vanguard)는 7일(현지시각),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지원하는 거대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인 넷제로 자산운용사(Net Zero Asset Managers, 이하 NZAM)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한 바 있다. 탈탄소 목표에 따른 관리자산의 비율, 포트폴리오 배출량 추적, 배출량 감축목표 달성 우선순위 지정 등 까다로운 조건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회원을 거의 정지시키지 않는 PRI는 TIAA 누빈과 같은 서명 기관들에게 ESG 문제를 의사 결정에 통합하고 포트폴리오 회사에 더 많은 공개를 요청하는 것을 포함하여 6가지 원칙을 약속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소송 초안 작성을 도운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선임 변호사 하나 하이네켄(Hana Heineken)은 "이번 결정으로 관리자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추구하는 NZAM(Net Zero Asset Managers) 이니셔티브와 같은 다른 그룹의 보다 강력한 목표에 서명하지 않고도 환경에 대한 약속을 광고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하이네켄 변호사는 "PRI가 이러한 취약한 기준을 허용한다면 이는 PRI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쉐어액션, "은행이 석탄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은행이 석탄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는 허점이 여전히 있다고 12일(현지시각) 전했다. 

비영리단체인 쉐어액션(ShareAction)의 연구에 따르면, 25개 유럽 은행의 정책을 조사한 결과 업계가 일반적으로 고탄소 부문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은행이 고객과 투자할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생물다양성 위험을 측정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유럽을 넘어 은행들은 계속해서 석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지난 3월 블룸버그가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 중국에 기반을 둔 은행들은 석탄회사들이 대출과 채권 판매를 통해 99억 달러(약 12조9360억원)를 조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2021년 첫 3개월 동안 조달된 44억 달러(약 5조7493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쉐어액션은 기후 위험, 생물다양성 전략 및 이해관계자 참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 정책 측면에서 은행 순위를 매겼다. 3곳의 프랑스 은행, 즉, BNP 파리바(Paribas),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 크레딧 애그리콜(Credit Agricole)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편, 독일의 코머즈방크(Commerzbank), 덴마크의 단스케 방크(Danske Bank), 독일의 DZ은행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새로운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자산 금융 제한을 발표한 은행의 수가 8개월 만에 두 배로 증가했지만 은행들은 기업 차원에서 새로운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제한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실적이 좋은 은행인 BNP 파리바도 전체 점수의 63%에 그쳤는데 이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라고 쉐어액션은 말했다. 또한, 실물 경제에서 절대 배출량의 감소를 보장하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은행에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쉐어액션은 소수의 유럽 은행만이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반영하기 위해 위험 관리를 조정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목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생물 다양성은 대부분의 은행에서 이사회 수준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변경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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