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온은 2022년 하반기 몇몇 기업들과 함께 몇 개월 동안 사내세미나(컨퍼런스) 및 교육콘텐츠 제공 등의 형식으로 ESG 혹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2년 동안 기업 외부에서 기사를 쓸 때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실제로 기업 내에서 ESG 혹은 온실가스 감축을 직접 진행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를 알게 된 점입니다. 
또 하나 알게 된 점은 기업 내부의 ESG 혹은 탄소중립에 대한 민감도(리터러시)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ESG 혹은 친환경신사업 TF부서에서는 EU나 미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ESG 정책을 따라가기도 벅찰만큼 소화하느라 바쁜데, 기존 사업을 운영해온 부서에서는 ESG를 거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브리핑 첫날, 한 임원이 GHG가 뭔지 물어보았는데 순간 당황하였습니다. GHG(Greenhouse Gas), 온실가스는 너무 당연하게 통용되는 용어라서 문서에 썼는데 이러한 질문에 반성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나 환경쪽에는 너무 어렵거나 대중이 잘 모르는 용어가 많은데,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어떤 수준에 맞게 잘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은 약합니다. 100가구도 살지 않는 시골 고향마을에 살고 계신 팔순 넘은 울 엄마도 이해할 수 있게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게 저의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프로젝트를 끝낸 모 기업팀과 식사를 하면서, “ESG가 위축된다는데 비즈니스는 괜찮으신가요?”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후배로부터 2021년에 우후죽순 생겼던 언론사의 ESG팀 중 한곳이 이를 해체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해외 뉴스에서는 모닝스타발 소식으로 ESG펀드의 그린워싱 우려로 인해 자금이 상당히 많이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23년을 앞두고 저희팀에는 내년 유료구독을 신청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제법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ESG는 저물어가는게 아닌가요? 개인적인 결론은 이 칼럼의 맨 마지막에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예 결론부터 보셔도 됩니다. 

 

공화당, 내년 ESG 청문회 준비 

미국 하원을 장악하게 된 공화당 의원들이 블랙록, SSGA, 뱅가드 그룹의 ESG에 대해 청문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FT와 블룸버그에서 들려오고 있다./픽사베이
미국 하원을 장악하게 된 공화당 의원들이 블랙록, SSGA, 뱅가드 그룹의 ESG에 대해 청문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FT와 블룸버그에서 들려오고 있다./픽사베이

ESG 시대의 종언을 알리게 될 어마어마한 사건이 내년 미국 의회에서 벌어질 지도 모릅니다. 미국 하원을 장악하게 된 공화당 의원들이 블랙록, SSGA, 뱅가드 그룹의 ESG에 대해 청문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FT와 블룸버그에서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플로리다에서는 블랙록에서 무려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주정부자금에서 빼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공화당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대리해서  대리투표(proxy voting)권을 행사하는 메이저 자산운용사 3곳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화당 은행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 3곳의 자산운용사는 상장기업 지분을 ‘진보적인 정치 어젠다’에 찬성하기 위해 대리투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블룸버그는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은 투자회사들과 바이든이 임명한 금융감독당국의 ESG 관련 노력을 무산시키는데 2023년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랙록은 이미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대리 의결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투표 선택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뱅가드도 지난 11월 2023년초부터 시범 프로그램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리투표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SG를 무산시키기 위한 또 다른 타격방안으로, 공화당 하원 법사위 소속 의원 6명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와 기후정책의 유명 단체인 세레스(Ceres) 고위급에 서한을 보내 “ESG 정책이 반독점법 위반이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블랙록 래리핑크 사임 압박까지 등장

이러한 불똥은 이미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정치싸움화 돼버렸습니다. 이번에는 행동주의 투자자그룹이 나섰습니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는 “ESG의 위선에 대해 블랙록 래리핑크 대표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내용인 즉, 블루벨 캐피털파트너스가 지난달 래리핑크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며 “ESG 투자요소를 사용한 명백한 위선에 대해 최고경영자직에서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우려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블루벨의 공동투자 책임자들은 “블랙록의 래리핑크가 지속가능성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석탄 생산 관련 투자를 여러번 변경했다”며 “블랙록의 행동이 모순돼고 명백한 위선을 보임으로써 ESG논의가 정치화됐으며, 정치적으로 비난받는 이 논쟁에 말려들었을 때의 평판 손상은 자산관리자로서 블랙록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루벨은 시가총액 1070억달러의 블랙록 지분 0.01%를 보유한 주주입니다.

블랙록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앞날이 안개처럼 흐릿합니다. 탄소중립을 둘러싼 전쟁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 듯한 이 피곤한 싸움의 와중에, 한가지 흥미로운 보고서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지속가능경영센터와 KORCK Solutions가 함께 내놓은 보고서인데, 1261명을 대상으로 한 ESG 논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조사결과입니다. 

FT보도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유권자 모두 ESG 이니셔티브를 억제하기 위한 현재 정치인들의 입법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결과입니다. 민주당 지지자 57%, 공화당 지지자 70%는 ESG 투자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ESG투자가 비록 주주 가치에 대한 일부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입니다. 

현재의 유권자들은 ESG에 관한 기업의 말과 행동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한 기업들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로비를 할 때 자신들만의 이익(interests)을 고려할 게 아니라, 가치(values)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것이 친환경 관련 설문조사에 흔히 등장하듯(사람들은 설문조사를 할 때 친환경제품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을 우선순위로 놓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정치적 올바름’으로 편향된 의견인지 아니면 진짜 속마음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여론의 변화 트렌드를 고려해보면, 산불, 홍수, 가뭄, 폭염, 허리케인 등 다양한 이상기후를 접한 시민들의 여론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지점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배양이론과 ESG 

이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 매우 유명한 이론으로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의 ‘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이라는 것입니다. TV에서 범죄 드라마를 많이 시청한 사람일수록 세상에 범죄가 더 많이 벌어진다고 인식해, 그 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미디어가 사람들의 인지과정에 영향을 미쳐, 실제보다 과도하게 인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화당의 공격으로 ESG가 이렇게 부정적으로 노출된 미디어 보도가 많아지다보니, 아마 사람들은 ESG가 이제 한물 간 것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EU에서는 6일 EU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삼림벌채와 관계 없음을 입증해야 하며, 상품의 공급망에 대한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야 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대기업은 18개월 이후 이 법안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제 수출기업들은 커다란 규제덩어리 앞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유엔차원의 협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렇게 되면 기업의 활동이 생물다양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합니다. 마침 GRI에서 생물다양성 기준을 새롭게 업데이트한 것을 발표했는데, 공급망에 대한 투명성이 강조돼있습니다. 그밖에 공시의무화, 온실가스 감축, 플라스틱 등 진행되고 있는 법적이고 규범적인 규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입법조치들은 미국, 유럽 등에서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어서 기업 내부에서는 CEO 직속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거나, 대응팀을 마련해 관련한 사항을 계속 팔로우업하고 있습니다. ESG라는 용어는 사그라들지 모르지만, 탄소중립과 기후 대응에 관한 기업활동에 관한 변화는 ‘예고된 미래’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니 “ESG 유행이 사라져서 어떡하느냐”고 임팩트온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변화에 둔감한 CEO나 자신의 팀 내부 이익 때문에 조직 전체의 변화를 방해하지는 않는지, 우리 조직을 걱정하셔야 합니다. 

※이 칼럼은 한주 전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칼럼을 좀 빨리 읽고 싶은 분은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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